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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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인신매매대응 최상위등급 상향…북한은 22년째 최악 평가

미국 국무부가 인신매매 대응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인신매매 대응을 3년 만에 1등급으로 상향했다. 북한은 22년 연속 최악 평가를 받았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 한국과 미국, 영국, 대만, 호주, 프랑스 등 33개 국가 또는 지역을 1등급(Tier 1)으로 분류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2022년, 외국인 강제 노동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의 인신매매 대응을 2등급(Tier 2)으로 강등하고, 지난해에도 2등급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은 올해 평가에서 2021년 이래 3년 만에 최고 등급에 복귀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한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보고서 작성 기간 중 기준 충족을 위한 주요 성과를 이뤘고, 따라서 한국은 1등급으로 승격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주요 성과로 인신매매 수사 및 기소·유죄 판결 증가, 피해자 신원확인을 위한 조치 시행, 55명의 인신매매 피해자 신원 확인, 공모 혐의를 받는 공무원에 대한 기소 절차 개시, 시민 사회 단체와의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국무부는 다만 한국 정부가 노동 관련 인신매매 사례에 대해 적극 조사하고, 점검하는 측면에서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어업 분야의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 신원 특정 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사례 보고가 이어지고 있는 원양 어업 분야의 인신매매와 관련해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고용허가제 등에 따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같은 일부 취약 계층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점검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의 법원이 인신매매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된 대부분의 범죄자에게 1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국무부는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을 위한 노력,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보호 강화, 인신매매 방지 노력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 강화 등을 권고했다.

 

북한은 올해도 3등급(Tier 3)으로 분류됐다. 중국과 러시아, 쿠바,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이란, 시리아 등도 3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국무부는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의미 있는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노동교화소 등에서 정부 차원의 인신매매 정책이 가동됐으며, 노동자 해외 파견과 관련한 강제 동원도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에 대해 직업훈련 등 명목으로 강제노동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보고서에서 “디지털 도구가 인신매매의 범위, 규모, 속도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데이트 앱과 온라인 광고를 사용하고, 불법적인 성적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며, 적발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된 메시지와 디지털 화폐를 활용한다”며 “기술로 인해 인신매매범들이 여러 지역과 관할권을 넘나들며 활동하기가 쉬워진 만큼,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이 끔찍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고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