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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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잇단 복합적 도발, 국지적 충돌 없게 냉정한 위기 관리를

북한이 어제 새벽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6나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약 250㎞를 비행한 뒤 공중 폭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며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4∼26일 사흘동안 600여개의 오물풍선을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 무더기로 살포했다. 북한이 지난 19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동맹을 복원한 이후 대남 군사위협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 위협수준이 아닌 고도로 계산된 복합도발임이 분명하다.

극초음속미사일은 2021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개발 등 ‘5대 과업’으로 제시한 것 중 하나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일정한 궤도를 그리는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탄착지점을 예측할 수 없어 추격과 요격이 어렵다. 북한은 그해 화성-8형 개발을 시작으로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고도 이번에 또 발사한 것은 여전히 ‘개발 중’이라는 뜻이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위협수준은 가늠이 쉽지 않다.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 전후를 기점으로 대남 도발을 일삼는 것은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종국에 가서는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함일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유엔 제재의 뒷배가 되어주고 핵보유국 인정을 돕겠다는 약속을 받은 만큼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진 불장난이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그간 행태로 봐 어떤 도발을 해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고립이 심화하고 주민의 삶이 피폐해져도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것이 없는 독재자가 김정은 아닌가.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참가하는 한·미·일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가 이번 주 실시된다. 우리 군은 북한 도발을 ‘계획된 도발’로 보고, 이와 별도로 연평도·백령도에서 6년 만에 해병대 해상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북한은 늘 그래 왔듯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려 온갖 구실을 만들 것이다.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빈틈이 없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칫 남북 간 예기치 못한 ‘강 대 강 대응’이 우발적 충돌에 의한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상황 관리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