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주일미군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일본 정부가 수 개월 동안 오키나와현에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현지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정부는 “피해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오키나와현에서는 “비상식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7일 아사히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했다.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주일 미공군 병사가 한 공원에서 만난 10대 청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했다. 오키나와현은 지난 25일 지역 민영방송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는 사건 발생 사실을 몰랐다.
우선 오키나와현 경찰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용의자가 체포되면 언론에 발표를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병사의 신병을 미군이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일본 경찰은 체포가 아닌 불구속입건 절차를 진행했다. 불구속입건이 되면 발표하기도 하지만 현경은 “성범죄 사안으로 피해자 보호 관점에 따라 비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도 “피해자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안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항상 관계 기관에 통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키나와현은 정부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해 온 그간의 사례에 비춰보면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정보는 알리자 않고 주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은 가능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오키나와현 지부도 같은 입장을 취하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자민당 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군에) 항의를 하고 3개월 가까이 오키나와현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꼬집었다.
주일미군의 상당수가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차 대전 후 미군의 지배를 받던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1972년 이후 지난해까지 51년간 미군, 미 군속에 의한 형사사건은 6235건에 달한다. 이중 살인, 강도,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586건이다.
마에도마리 히로모리 오키나와국제대 교수는 아사히에 “오키나와현이 방송 보도를 통해 처음 사건을 알게 됐다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건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한다”며 “오키나와현을 건너 뛰고 사건이 처리됐다는 것에서 일본 정부의 정치도 의도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