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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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교시 문건, 집에서는 그냥 뭉개… 김주애 후계자 등장에 ‘이해 못 해’ 뒷말” [2024 北인권보고서]

동해 목선 탈북민, 北 생활상 폭로

“김정은 두렵지만 뒤에서는 존중 안 해
한류 콘텐츠 주 유입경로는 北·中 밀수
대북전단에 담긴 USB로 본 적은 없어”

지난해 동해로 목선을 타고 온 탈북민 A(여·23)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7일 통일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주애 등장을 어떻게 봤는지라는 질문에 “깜짝 놀랐고 우리는 ‘공주 나온다’고 표현했다. ‘공주면 엄청 예쁘겠다’ 하고 봤는데 엄청 못생겼다”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인, 핵 개발하고 발사하고 이런 데 막 나오기 시작해 ‘왜 저런 데 나오지, 어린애가’라고 생각했는데 핵 쪽으로 엄청난 천재라는 말을 들었고 후계자 아니겠냐고들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난 3월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이어 “그런데 우리 역사상 그런 적이 없었다. 후계자라고 하면 (최고지도자가) 몸이 안 좋거나 할 때 화면에 나오는데 벌써부터 키우는 게 눈에 띄니까 제가 알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지나가는 말로 ‘여자는 이해 못 하지’라고, 여자 정치가를 이해하기 좀 힘들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많이 들었다”고 했다.

최근 북한에서 날아온 ‘오물풍선’ 속에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는 문구가 인쇄된 종이가 두 동강 난 채로 발견된 것 관련한 질문에는 평범한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겉으로 그러는 거지 집에서는 그냥 뭉개고 그런다”며 “김정은에 대해서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어서 그럴 뿐이고 뒤에서는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고압 수소가스 풍선에 대북전단과 함께 매달아 보내는 한류 콘텐츠 USB를 본 적이 있는지 질문에는 “못봤다”고 했다. 그는 “그런 게 발견되면 우리가 줍기가 쉽지 않고 바로 신고해야 한다. 엄중한 일이다. 만약 그걸 주워서 보면 보위부에 끌려가야 한다”고 했다. 한류 콘텐츠 주된 유입 경로는 다른 탈북민들의 언급처럼 북·중 사이의 밀수라고 했다.

김정은 체제 초기와 현재 주민들의 충성도가 달라졌는지 묻는 말에는 “처음에, 2012년, 2013년도만 해도 뭔가 개변될 것 같고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인식이 싹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핵 개발하면서 우리나라가 발전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경제가 바닥이란 걸 알게 됐다”며 “아이들 간식 사러 식료품점에 가면 가격이 10배가 올랐다. 왜 이리 비싸냐고 물으면 ‘다 중국산’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것인 줄 알았는데 뭐야 우릴 속인 거야, 일상생활용품 하나 생산 못 하고 뭐 하는 거야’ 하면서 불만들이 있었고, 개인장사도 없애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니까 (민심이) 나빠졌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