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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쓸어버리자”…오물풍선 날리던 北, 바다 너머 타격할 신무기 쐈나 [박수찬의 軍]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1990년대 이래로 추구했던 궁극의 목표였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닌 미국은 북한을 언제든 석기시대로 되돌릴 힘을 갖고 있다.

북한이 만든 극초음속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상승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이를 잘 아는 북한은 회심의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해왔다. 미 본토에 한 발이라도 핵탄두를 떨어뜨릴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실제로 나타나면, 미국은 상당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열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액체·고체연료 ICBM을 만들어 쏘아올렸던 북한은 다음 카드를 살짝 공개했다. 다탄두(MIRV) 미사일 기술 시험이다.

 

군 당국은 “기만과 과장에 불과하다”며 관련 근거를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의 ICBM 개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10여년 전과 지금의 북한 미사일 전력을 살펴보면, 신뢰성과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가 나중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北 발사는 실패했는데 뭘 쐈는지는 미궁

 

북한은 우리 군이 비행 중 폭발해 실패했다고 판단한 지난 26일 탄도미사일 발사가 다탄두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미사일총국은 26일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시험 목적이 “다탄두에 의한 각개 표적 격파능력 확보”라고 밝혔다.

북한이 26일 다탄두미사일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사진. 노동신문·뉴스1

다탄두 미사일은 다수 표적을 동시 공격할 수 있어 핵·미사일 고도화에 중요한 단계다.

 

북한은 시험에서 화성-17형 ICBM으로 추정되는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를 사용했다.

 

통신은 “개별기동 전투부의 비행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 반경 범위 내에서 시험이 진행됐다”며 “분리된 탄두들이 3개의 목표에 정확히 유도됐고,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자 기만과 과장을 한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군의 열영상장비(TOD)로 찍은 영상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이 불규칙적으로 지그재그로 상승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이후에는 뱅글뱅글 돌다가 공중폭발했다. 직선으로 곧게 날아가는 것이 탄도미사일의 일반적 모습인데, 이와는 대조적이다.

 

북한 주장대로 다탄두 시험이 성공했다면, 상승단계를 거치면서 페어링(탄두덮개)이 분리되고 후추진체(PBV)가 점화되면서 기만체와 탄두가 깔끔하게 분리된다. 그런데 지그재그로 상승하며 요동치다가 불이 붙어 폭발했다.

 

군은 그 원인으로 고체연료의 배합비율 등에 문제가 있어 추력이 일정하게 분사되지 못했고, 비행도 불안정했던 것을 꼽고 있다.

 

다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와 의도에 대해선 군 당국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26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정말 새로운 미사일을 만들었을 수 있다”면서도 “초반에 터져서 분석하려고 해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분석하려면 항적이나 궤적이 충분히 나와야하는데 너무 일찍 폭발했다는 의미다. 결국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발사했는지는 의문으로 남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비행 초기부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중 폭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미사일이 지그재그로 날며 비정상비행한 흔적. 합참 제공

이와 관련해 되짚어봐야할 부분이 있다.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북한이 공개한 화성-12형 첫 발사는 2017년 5월 14일이다. 하지만 같은해 4월 세 차례에 걸친 발사가 있었다.

 

당시에는 미사일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발사 직후 폭발해서 단순 실패로 규정되고 잊혀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공개된 북한 선전매체 기록영화에서 화성-12형 1∼3차 발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차례 실패를 겪었던 화성-12형은 북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화성-12형이 없었다면, 북한의 ICBM이나 천리마-1형 우주발사체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발사 실패가 북한 미사일 전력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무기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北 다탄두 개발은 가능할까

 

북한이 실제로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했다가 실패했을 가능성에 대해 군 당국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탄두는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서 쓰인다. 둘 다 북한의 핵심 전략무기다. 지난 2021년부터 거론해왔던 것으로 극초음속미사일 등 북한의 5대 군사과업에 포함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다탄두미사일은 여러 개의 재돌입체(RV)를 탑재하고, 각 탄두의 표적을 독립적으로 지정한다. 이를 통해 미사일 1기로 많은 표적을 공격한다.

 

다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탄두를 장착할 틀과 탄두를 표적까지 정확히 날아가도록 해줄 추진기관과 유도장치 등이 필요하다. 이를 한데 묶은 것이 후추진체(PBV)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비행 초기부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중 폭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미사일이 공중폭발하는 장면. 합참 제공

PBV는 우주공간에서 재진입체를 목표지점 부근까지 정밀유도하는 가장 마지막 단계 추진체다. 고도의 기술과 정밀성이 요구되는 체계다.

 

2개 이상의 탄두와 기만체를 장착한 PBV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면, PBV는 자체 모터를 이용해 첫 탄두를 방출할 위치로이동해서 방향 제어 로켓으로 자세를 잡은 뒤 탄두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뒤로 빠진다.

 

이후 PBV는 두 번째 탄두를 방출할 지점으로 이동해서 같은 방법으로 탄두를 내보낸다. 모든 탄두를 표적으로 방출할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PBV가 탄두를 방출할 때, 표적으로 날아갈 탄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PBV의 정확한 위치정보 입력도 필수다.

 

초속 1㎝ 오차만 있어도 1만㎞ 떨어진 표적에 대한 탄두의 공산오차(CEP)가 20m 증가한다. 그만큼 명중률이 낮아진다.

PBV 개발에 높은 수준의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PBV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실제 ICBM에서 요구되는 고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췄는지를 시험해야 한다. 

 

북한이 다탄두미사일 개발을 지난 2021년부터 언급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던 이유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북한은 지금까지 ICBM을 고각발사해왔다. 고각발사를 하면 탄두는 수직에 가깝게 낙하한다. ICBM 탄두 재진입 기술 입증이 불가능하다.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피스키퍼의 탄두에 탑재되는 후추진체(PBV)와 핵탄두.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렇다고 ICBM을 정상각도로 쏘면 미국 서부 또는 남미 칠레 일대에 낙하한다. 인도태평양 역내 모든 국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고, 미국이 잔해를 인양하면 북한의 기술수준이 노출된다.

 

북한으로선 자국 영토 안에서 관련 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

 

자국 내에서 진행한다면 PBV를 탑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탄두를 결합,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기권을 벗어난 뒤 곧바로 탄두가 정상각도로 재진입하는 형태로 시험할 수 있다.

 

이때 PBV는 1단 추진체 연소가 끝났을 때 발사체에서 분리되고, 이후에 PBV와 탄두가 분리된다. 실험지역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각 단계별 시간적 격차는 매우 짧게 된다.

 

추력이 강한 ICBM을 사용하면 탄두 재진입 속도도 더 높일 수 있다.

 

물론 ICBM 정상각도 발사 환경과는 다르고 기술적 특성을 재현하는 것도 어렵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전쟁 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북한 미사일 관련 안내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탄두가 PBV에서 분리되어 매우 짧은 시간이라도 독립적으로 날아간다면, PBV 유도체계나 위치정보체계 기술적 검증을 진행할 기회가 짧게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술적 진전은 있는 셈이다.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처럼 시험을 하지 않은 채 실전배치하는 것보다는 기술적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주변국에서 북한 ICBM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의 ICBM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위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쏘지만, 실제 타격은 미지수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제한적이나마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검증하는 실적을 쌓으면, 북한 ICBM 전력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에 실패했다는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 계열일 수도 있고, 북한 주장처럼 다탄두미사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10여년 전에는 실질적 위력이 없다고 판단됐던 북한 ICBM과 IRBM이 현재는 발사를 거듭하면서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다탄두미사일이 미 본토를 겨냥하는 실질적 위협으로 탈바꿈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