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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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이 왜 불법?”…中 관광객 늘어난 제주에 무슨 일이

제주를 찾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단횡단 등 ‘비매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찰이 특별 단속에 나섰다. 

 

사진 = 뉴시스

27일 뉴시스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지난 25일 저녁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1시간30분가량 ‘외국인 기초질서 계도·단속’을 벌였다. 면세점과 호텔, 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제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거리로 손꼽힌다. 

 

이날 단속은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관광객들의 ‘길거리 대변’, ‘편의점 쓰레기 방치’ 등 추태를 벌인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이 잇따라 확산하면서 실태를 점검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진행됐다. 

 

기동순찰대와 관할 지구대 경찰관 10여명은 왕복 4차선 도로 양방향에서 무단횡단 단속에 중점을 두고 노상방뇨, 길거리 흡연, 쓰레기 투기 여부를 살폈다.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물티슈를 건네며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도 전개했다.

 

단속 시작 10분이 지날 무렵 20대 중국인 관광객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적발됐다. 4~5m 옆에 경찰관이 떡하니 서 있었음에도 차가 오지 않는 것을 보고 그대로 차도를 건넌 것이다. 횡단보도는 약 100m 떨어져 있었다.

 

경찰 눈앞에서 유유히 도로를 가로지른 커플은 단속 경찰관에게 “중국 공안은 무단횡단해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가다가 꽁초를 땅바닥에 던진 30대 중국인도 적발됐다. 무단횡단에 적발되자 눈물을 흘린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고, 중국인들이 잇따라 적발되자 “왜 중국인만 단속하냐”고 되묻는 이도 있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면 벌금 2만원, 횡단보도가 있고 빨간 불일 때 건너면 벌금 3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인 관광객 8만6000여 명이 제주를 찾아 전년 대비 136배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 대비 91%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 1월부터 6월21일까지 도내 무단횡단 적발 건수는 총 3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보행자가 248건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적발된 248건 중 225건의 범칙금이 납부된 상태다. 

 

곽병우 제주경찰청 차장은 26일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인 밀집 구역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무단횡단이 굉장히 많다. 야간 시간대에는 자치경찰이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