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경복궁 ‘낙서 테러’를 모방한 20대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온 피고인에게는 치료와 교화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날 다른 범죄자가 저지른 낙서 사건과 관련해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날 모방범죄를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1900만원 수준인 낙서 복구 비용을 설씨 보호자가 모두 변상한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
설씨는 지난해 12월17일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좌측 담장에 낙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길이 3m, 높이 1.8m 크기로 특정 가수 이름과 앨범 이름을 적었다.
설씨의 범행은 경복궁 ‘1차 낙서 테러’ 바로 다음날 발생했다. ‘1차 낙서’가 사람들의 공분을 사자 자신도 관심을 받으려는 목적에서 이를 모방한 것이다.
설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 사진’과 함께 “제 전시회에 오세요. 곧 천막치고 마감될 것”이라며 “입장료는 공짜고고 눈으로만 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후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 이후에도 ““그냥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시는 것 같다. 그저 낙서일 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합니다. 전 예술을 한 것뿐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설씨는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엔 태도를 바꿨다.
설씨 측은 지난 2월 첫 재판에서 “경복궁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복구 작업을 위해 힘쓴 전문가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도 설씨는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그리고 추운 겨울 낙서를 지우느라 고생한 전문 인력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최후진술을 남겼다.
당시 검사의 구형량은 징역 3년이었다.
이날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로 구속상태였던 설씨는 풀려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가 중하지 않아서 석방하는 게 아니라 치료와 교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가지 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피고인이 은둔형 외톨이처럼 스스로 격리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영웅심 내지는 관심받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점을 돌아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