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한 여야의 소모적 정쟁이 점입가경이다. 방통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KBS·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임원 선임계획을 의결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야당이 전날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오는 4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전임 이동관 위원장처럼 탄핵소추 전에 사퇴하고,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여권 의지에 따라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김 위원장 탄핵소추 이유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 YTN 지분매각 결정의 심사기준 미충족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법이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2인 체제가 위법인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야권이 이동관 탄핵안을 발의해 자진사퇴시킨 게 불과 7개월 전이다. 파면할 정도의 위법이 없다면 직무정지만을 노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다수 의석을 내세워 습관적으로 탄핵을 시도하면 야권은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방통위를 10개월 동안이나 2인 체제로 파행 운영한 여권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은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 추천 위원 2명만으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다고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정치 지형에 휘둘리지 않는 방통위와 공영방송을 볼 수 있을까 착잡한 심정이다.
여야가 ‘방송 3법’과 채 상병 특검법 문제로 가파른 대치를 벌이며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민생·경제 현안 처리는 헛바퀴를 돌고 있다. 말 그대로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개원 후 한 달간 법안 발의 수는 113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외화내빈’에 그쳤다. 힘자랑에 나선 야당은 대통령·검찰·방통위 저격에 힘을 쏟아 법제사법 분야 법안 22건 중 21건이 검찰 등 수사기관을 겨냥했다. 여당은 ‘일하는 여당’을 표방했지만 무기력했고 79명 중 26명(33%)이 지역구 현안 해결용 법안을 발의했다. 교육, 노동, 연금 등 3대 개혁 입법은 극히 미진했고, 특히 연금개혁 관련 법안은 야당 의원이 발의한 단 1건에 그쳤다. 여야 모두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사설] 개원 한 달, 野 힘자랑·與 무기력에 민생 입법은 헛바퀴
기사입력 2024-06-30 22:57:27
기사수정 2024-07-01 09:27:54
기사수정 2024-07-01 09:27:54
방통위·대통령·검찰 저격에 힘써
지역구 현안 해결용 법안들 양산
3대 개혁 관련 입법은 극히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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