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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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주민과 현장체험 등 편견 없애는 장 마련해야” [심층기획-'먼저 온 통일' 탈북민]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官·국가 주도의 통합 정책 대신
탈북민 거주 지역·동네 연구해야”

탈북민 혐오, 탈북민 시설에 대한 님비현상이 사라지고 탈북민과 통합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남·북 출신 주민 간 심리적 거리감과 마음 통합을 연구해온 대표적 전문가인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탈북민이 아닌 남한 원주민, 관 주도가 아닌 지역사회·민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교수는 “제도적으로 탈북민 정책이 어떤 프레임으로 흘러왔는지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그는 “먼저 온 통일로서 의미 있는 중요 샘플인 건 맞지만, 그것만 부각해 탈북민을 수단화해온 측면이 있다”며 “탈북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탈북민도 스스로 정치화될 때 통합에 과연 긍정적으로 작용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 과연 탈북민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 탈북민 출신 지역구 의원은 과연 자기 지역구에 남북통합문화센터 같은 탈북민 관련 시설을 유치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탈북민을 위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막상 만났을 때 그러지 못하는 게 우리가 닥친 문제”라며 “어떻게 거리감을 줄이고 통합될 것인가 보려면 결국 이주민 레벨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인천 한 초등학교에 탈북민 학생이 수십명으로 늘어나자 남한 원주민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탈북민 친구와 어울리지 말도록 교육하거나 탈북민 부모를 배제하며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교사들이 고민 끝에 직접 주말에 탈북민 부모와 원주민 부모를 동시에 초청해 놀이공원에 가면서 서로 겪어보도록 했다. 직접 어울리며 편견을 없애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탈북민 자체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남한 원주민의 생각을 바꾸는 게 핵심임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했다.

 

그는 “통합을 위해서는 탈북민이 아니라 그들이 포함된 지역, 동네를 연구해야 한다. 원주민이 탈북민에 대해 무엇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물어보고 어떻게 같이 지낼지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 원주민이 생각을 바꾸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현장의 성공 사례들이 모두 지역결합형, 생활형 사업들인데 정책은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으로 국가주의 성격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적 해결에 성공하려면 참여가 많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지역 중심, 아래로부터의 사업 중심이던 것을 관 주도, 국가 주도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지역별 남북하나센터의 중앙정부 직영화를 꼽았다.

 

또 “수단화된 탈북민이 아니라, 한국에서 자기 전문성으로 성공한 롤모델을 부각하는 것이 대다수 탈북민에겐 훨씬 도움이 된다”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일 수 있다고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