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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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청계천’ 뭐냐고? 시민 일상의 작은 변화가 더 중요” [오늘, 특별시]

吳시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하드웨어’ 아닌 ‘SW 혁신’ 강조
‘손목닥터’·‘정원도시’ 성과 꼽아
일선 공무원 소회 밝힌 점 눈길

광화문 대형 태극기 논란 묻자,
吳 “귀 열 것”… 계획 수정 시사
GBC·마포 소각장엔 ‘원칙’ 강조

“기본소득, 안심소득 범접 못 해”
이재명 주장 겨냥 “궤변” 질타도
“대권 운운, 유권자에 도리 아냐”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을 맞은 1일 향후 2년간 시정 방향에 대해 “무엇보다 시민 일상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계속 추구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장 재임 시절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 같은 하드웨어 측면의 변화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오 시장은 최근 ‘국가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광화문 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관련해선 “귀를 열겠다”며 계획 수정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강남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설계변경안을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이견이나 마포 쓰레기소각장 신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에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민의 삶을 바꾸는 건 거대한 프로젝트나 시설물이 아니라 누구나 차별 없이 매일 누리는 일상의 변화”라며 “소프트웨어 혁신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당신의 청계천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며 “(출시 직후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손목닥터9988’이나 ‘정원도시’(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같은 정책 하나하나가 청계천만 못 한가”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은 시의 정책이 시민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낸 예시로 새벽에 출근하는 청소원·경비원을 위한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를 꼽으며 “서울시정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융합형 소프트웨어 혁신의 대표 사례”라고 부연했다. 시범 운행 단계인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10월부터 정식으로 운영된다.

 

오 시장은 지난 2년의 성과에 몇 점을 주겠느냔 물음엔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건 남사스럽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에겐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간담회 시작 전엔 손목닥터9988과 ‘쉬엄쉬엄 3종 축제’, ‘장기전세주택Ⅱ’ 등 시의 대표 정책 담당 직원들이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조형물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100m 높이의 대형 국기 게양대가 국가주의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서는 “저는 합리적인 비판에는 반응한다”면서 “조만간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대차가 GBC를 애초 105층 랜드마크 초고층 빌딩으로 지으려던 계획을 55층 2개 동으로 바꾸기로 해 인허가 주체인 시가 제동을 건 일을 놓고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으면 공공기여도 다시 논의하는 게 상식이고 합리적”이라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마포 쓰레기소각장 신설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선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면서도, “소각장은 시내 어딘가엔 만들어야 한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건설원가 급등 등 이슈로 주택 공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전임자인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재개발과 재건축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아타운’ 사업과 관련한 투기 우려에 대해선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며 “사업시행구역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면 손해를 보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은 시정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겨냥해선 과거 재임 시절 ‘한강르네상스’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을 언급하며 “시민단체의 주장이 때로는 일반 시민의 시각과 유리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기본소득’을 내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불만이 안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는 “궤변 중에 백미”라며 “세금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분을 더 도와야 되는 것이 세상의 상식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책 우수성과 효과성, 가성비를 따지면 기본소득은 (시의 복지모델 정책실험) ‘안심소득’에 범접할 수조차 없다”고도 강조했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에 비해 부족한 가계 소득을 일정 부분 채워주는 소득보장 제도다.

 

오 시장은 ‘친정’인 국민의힘 당대표선거와 관련해선 “비전과 품격의 대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시정 핵심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우리 당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분을 지지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여권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오 시장은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서울시장을 하라고 뽑아놨는데,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벌써부터 대권을 운운하는 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