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하교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 통학차량 안심 정류장’(안심 정류장)에 멈춘 통학버스에서 초등학생 10여명이 내렸다.
초등학교 통학차와 학원차가 거듭 선 정류장을 살펴보니 ‘안심 정류장’ 표지판이 달린 노란 기둥, 차도와 맞닿은 인도 턱의 ‘어린이 멈춤’ 안전선이 눈에 띄었다. 줄 설 곳을 발바닥 모양 그림으로 표시했고, 차가 멈출 자리에는 ‘운전자 멈춤’이 적혔다. 어린이 멈춤은 하차 후 차가 출발할 때까지 제자리 대기, 운전자 멈춤은 올바른 정차를 의미한다.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업무협약 체결로 도로교통공단과 SK가스·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1년부터 전국 아파트단지에 설치해온 안심 정류장 일부를 살펴봤다. SK가스는 통학차량 주연료 LPG 가스의 공급 주체로서 캠페인에 함께한다.
◆30여개 아파트에 안심 정류장 설치
안심 정류장은 경기도 수원과 김포·고양·광명 5개 아파트단지 내에 2021년 처음 설치됐다. 어린이집·유치원 인근 등 어린이 교통안전 중요성이 부각되는 곳에 들어섰다. 정류장이 설치된 단지 정문에는 ‘어린이 안심 단지’ 인증 명패가 달렸다.
이듬해에는 서울 강서구와 강남·노원·양천구 등 10개 단지, 지난해는 경북 경주·인천 부평·강원 원주·충북 청주·전북 전주·울산의 13개 단지에 설치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연제구와 대전 유성구의 4개 단지에 도입하는 등 최근 4년간 총 32곳 안심 정류장 설치에 2억3000여만원이 투입됐다.
준공 10년 이상 1000세대 규모 이상 단지가 대상이지만 필요성이 인정되면 기준에 못 미쳐도 안심 정류장을 설치할 수 있다. 500~700여 세대 단지 여덟 곳이 포함된 이유다. 500세대 이상 단지 내 도로에 통학차량이 정차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보호구역 설치를 규정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됐다.
◆단지 내 도로 어린이 안전 확보 필요
안심 정류장 설치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조하는 관련 법, 그리고 ‘도로 외 구역’인 아파트단지 내 도로에서의 사고 통계 등과 무관치 않다.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승하차를 알리는 통학차량 옆 차로 운전자의 주변 안전 확인과 서행을 규정한다. 편도 1차로에 통학차량이 섰다면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규정을 지켜야 한다. 어린이나 영유아 탑승 표시를 한 채 주행 중인 차량을 앞지르지 못하게 하는 등 어린이 안전을 우선시한다. 이 법은 고속국도와 일반국도 등은 도로로 규정하지만 출입구 차단기로 외부 차량을 통제한 단지 내의 도로는 예외다.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단지 내 도로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빈도도 적잖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18~2022년 만 7~12세 어린이가 피해자인 자동차보험접수 사례 총 4837건을 분석해 보니, 이면도로(35.7%)와 횡단보도(33.3%)에 이어 아파트단지(10.9%) 내 사고 발생이 세 번째로 많았다. 도로교통공단이 단지 내에서의 어린이 교통안전 중요성을 알리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운전 수칙을 지속 안내해 오는 이유다.
◆시민 관심 커져야… 관계 기관도 노력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시민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A단지에서는 일반 승합차가 정류장에 서 있던 탓에 거리를 두고 선 통학차량에서 초등생들이 내려야 했고, B단지에서는 도로 재포장으로 노면의 안심 정류장 표식이 거의 지워져 버렸다. 정류장에 정차했던 운전자는 이유를 묻자 ‘쓰레기를 버리려 했던 것’이라며 얼른 자리를 떴다.
SK가스는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방침이다. 양민나 SK가스 CX마케팅그룹 매니저는 “어린이 통학차량의 주된 연료인 친환경 LPG를 공급하는 회사로서 운전자와 어린이 안전은 물론 깨끗한 도로 환경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어린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통안전 전문기관으로서 어린이가 늘 안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도 단지 내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