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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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괴산댐 관련 의사 결정권 없어 ‘답답’

2023년 괴산댐 월류로 400억원 피해
2024년 홍수기 수위 130m로 운영
"정부가 괴산댐 관련 후속대책 나서야"

“비만 오면 걱정이예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충북 괴산지역에서 ‘괴산댐 월류’라는 지난해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로 댐 위로 물이 넘치는 월류 현상이 나타나 40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 등을 당한 탓이다. 1957년 준공한 괴산댐은 칠성·문광·청천 3개 면에 걸쳐 유역면적 671㎢에 달한다.

괴산댐. 괴산군 제공

2일 괴산군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1일부터 괴산댐의 수위를 일반 홍수기제한수위 134m에서 4m를 낮춘 130m로 운영 중이다. 이전에는 홍수기 괴산댐 수위를 133m로 운영하다 지난 3월 환경부와 한강홍수통제소, 충북도, 농림부 등이 참여한 ‘63회 한강수계 댐·보 등의 연계운영협의회’ 결정을 반영했다. 협의회에선 발전용 댐이기는 하지만 홍수기에 혹시 모를 수해 예방을 위해 ‘홍수 조절용’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홍수기 괴산댐 운영 기간은 지난달 21일부터 9월 20일까지다. 이 기간에는 괴산호를 오가는 유람선 운항이 제한된다. 유람선 운항이 가능한 수위는 132m이기 때문이다. 산막이옛길 인근 상권 주민들은 유람선 운항 제한으로 방문객이 줄면서 불만이다.

 

군은 그야말로 답답한 상황이다. 군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협의회의 결정도 존중되어야 하고 유람선 미운항으로 생계를 불안해하는 산막이옛길 인근 상권 주민들의 건의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셈이다.

 

괴산지역에선 지난해 역대급 수해가 발생했다. 군은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의장단 회의를 통해 ‘괴산댐 다목적화 추진에 관한 안건’ 상정과 괴산댐 다목적화 전환 관련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는 등 항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쏟아왔다. 이런 노력으로 한수원은 ‘괴산댐 안정화 및 홍수조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용역을 지난 1월 발주했다. 이 용역은 애초 댐 안전성 강화를 주목적으로 댐 길이를 기존의 171m에서 100m로 축소해 저수위 128m인 보형식의 소수력발전(1안)과 저수위 133m인 가동보(2안)를 검토했다. 또 충북도와 군의 비상여수로 설치를 포함한 홍수조절에 대한 건의를 3안으로 포함했다.

지난 6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 달천(목도강) 주변 농경지에 쌓인 나뭇가지 등 부유물 뒤로 임시제방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윤교근 기자

군은 한수원의 용역이 완료되어도 실시설계와 관련기관 협의, 실제 공사기간 등 최소한 3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은 괴산댐과 관련한 의사 결정권이 전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해 피해에 대한 주민의 우려와 관광상권 피해에 대한 원성은 최소 수년은 더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수조절 능력이 없는 괴산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괴산댐의 수위 조절이나 구조적인 대책 마련에 관여할 권한이 전혀 없다 보니 저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답답하기만 하다”며 “괴산댐에 따른 동전 양면과 같은 주민들의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서 주민 시름을 덜어줘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이어 “수해 후 1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괴산댐 수위를 낮추고 수해 복구를 하며 한수원이 댐 관련 용역을 진행한 것 외에는 없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괴산댐과 관련한 확답과 함께 속도감 있는 후속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괴산=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