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선두다툼과 명가 전북 현대의 몰락, 그리고 고교선수의 약진. 20라운드 일정을 소화한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다. 2일 현재 K리그1에서는 김천 상무와 울산 HD, 포항 스틸러스가 승점 1간격으로 1∼3위에 차례로 올라 있다. 여기에 4위 강원FC와 포항의 격차는 승점 3, 5위 수원FC와 강원 차이는 승점 1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권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치열한 선두싸움… 앞서가는 김천
그동안 K리그1은 울산과 전북 현대를 위한 무대였다. 2017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7년간 우승팀은 전북 아니면 울산이었을 정도다. 지난해만 해도 울산은 20라운드까지 16승2무2패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초반 독주했던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며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는 사람은 참 피를 말린다”고 웃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는 승격을 이룬 김천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두재와 김진규, 이영준 등이 이탈했지만 신병으로 합류한 이동경과 이동준, 김대원 등이 그 공백을 완벽하게 채워 주고 있다. 특히 김준홍은 K리그1 골키퍼 중 가장 많은 클린시트(무실점·8경기)를 기록하며 든든하게 김천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김천은 19골을 내주며 K리그1 최소실점을 기록 중이다.
◆몰락한 전통의 명가… 걱정 커진 전북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통의 강호 전북의 이름은 상위권에서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전북은 결국 최하위까지 내려와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전북이 2017시즌부터 리그 5연패를 거둔 절대강자였던 만큼 시즌 초반 부진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두현 감독이 5월부터 지휘봉을 잡고 치른 공식전 7경기에서도 3무4패로 승이 없다. 지난 시즌 수원 삼성처럼 강등 우려도 커진다.
내부 기강도 흔들리고 있다. 주장 김진수는 지난달 음주사실이 적발돼 구단 징계를 받았다. 경기를 이틀 앞둔 날이었지만 구단은 기강확립 차원에서 김진수의 징계를 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진수는 지난달 29일 FC서울과 경기에서 비신사적인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고 프로축구연맹은 제재금 10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이 경기에서 1-5로 완패한 뒤 전북 박재용 등 선수 3명이 서울의 한 술집에서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한국 축구 미래… 고교선수 맹활약
고등학생 선수의 활약도 올 시즌 K리그의 특징 중 하나다. 강원FC 양민혁(18)은 ‘빅클럽’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원이다.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전통을 가진 팀과 이적 협상이 70~80% 이뤄졌다”며 “양민혁이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산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게 협상의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 강릉제일고 재학 중인 양민혁은 준프로 계약으로 K리그에 데뷔해 정식 선수로 전환됐다. 양민혁은 20경기에 모두 나서 5골 3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충남기계공고 학생인 대전 하나시티즌 윤도영(18)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윤도영은 K리그1 5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대전이 20경기에서 18골 12도움을 기록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윤도영이 팀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황선홍 대전 감독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울산현대고 강민우(18)도 울산 유니폼을 입고 2경기에 나서 대선배들의 공격을 깔끔하게 차단했다. K리그2에서는 수원 박승수(17·매탄고)가 활약 중이다. 박승수는 지난달 30일 안산 그리너스와 K리그2 경기에서 데뷔골을 올리며 K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17세 3개월 21일)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