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안중근이 ‘죄악’ 지목한 日제일은행 지폐 공개

1902∼1909년 발행 12종 실물
경제 침탈 주역 시부사와 담겨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하게 한 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이토가 저지른 15개 죄악 중 하나로 지목했던 일본 제일은행의 지폐 10여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인 이상현 주식회사 태인 대표는 2일 서울 강남구 킹콩빌딩에서 1902∼1909년 일본 제일은행이 발행한 화폐 12종의 실물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12종을 한 번에 모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폐는 1902년과 1904년, 1908년, 1909년에 각각 발행된 것이다. 1902년 처음 발행된 지폐에는 당시 제일은행 소유자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의 모습이 세 종류의 지폐에 담겨 있다.

한반도 경제 침탈에 앞장선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모습이 실린 1902∼1909년에 발행된 일본 제일은행권(오른쪽)과 이달부터 발행하는 일본 1만엔권 견본. 연합뉴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구한말 한반도에 철도를 부설하고 일제강점기 경성전기 사장을 맡는 등 경제 침탈에 앞장선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1908∼1909년 발행된 지폐 또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번에 걸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초상을 담아 발행하다가 광화문, (창덕궁) 주합루 등 우리에게 친근한 도안으로 바꾸는 치밀함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년 이상 화폐를 수집해 온 이 대표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큰 지폐 단위인 1만엔권에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다시 등장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수집한 제일은행권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