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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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주행 운전자 "급발진, 아유 죽겠다"…회사 동료에 밝혀

사고 직후 2차례 통화…"차에서 '우두득우두득' 소리 난 뒤 튀어나가"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 안 해…차가 제멋대로 갔다" 말하기도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낸 운전자 A(68) 씨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이다. 아유 죽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다니는 경기 안산시의 모 버스회사 동료인 B씨는 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A씨와 두차례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사고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2일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화는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께 A씨가 B씨에게 걸어 짧게 통화했고, 곧이어 B씨가 A씨에게 걸어 사고 상황을 다시 물었다고 했다.

B씨는 "A씨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갑자기 차가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후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한 뒤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브레이크가 딱딱해진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사고가 나고 조금 있다가 A씨가 전화해서 '급발진, 급발진, 아유 죽겠다'라고 말했다"면서 "사고 자체가 크니까 그의 정신이 나갔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급발진이라고 느낀 거다. 그는 차량 정비기술자인데 그걸 모르겠느냐"면서 "차량 블랙박스도 작동이 되고 음성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기사이면 사람들에게 차를 돌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도 내가 물어봤는데 자기도 그러고 싶었지만 차가 워낙 빠르게 질주했고, 제멋대로 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A씨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고 한번 없었고 운전도 잘하는 편이었다"면서 "저도 30년 기사 일 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를 급발진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A씨에게 들은 내용하고 뉴스와 유튜브 내용하고 너무 다르다"면서 "그가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이 아니라 차가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아내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타고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행인을 들이받은 뒤 차량 2대를 추돌했다.

이후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의 교통섬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A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운전자 과실, 급발진 여부 등 여러 가지 사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한 A씨는 지난해 2월 3일 안산의 버스회사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행해 왔다.

이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 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