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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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운동장 복합문화시설 확장” vs “아파트 건설 안 돼”

‘부산 구덕운동장 개발’ 市·주민 갈등

부산 최초의 공설운동장인 ‘구덕운동장’을 축구전용 경기장과 주민체육복합시설, 아파트 등으로 재개발하는 내용의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1928년 건립된 구덕운동장은 100년 가까이 부산을 대표하는 시설로 상징성을 가졌으나,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 등으로 재개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에 공모 신청서를 제출하고, 서구 구덕운동장 일대 7만1577㎡ 부지에 7990억원을 투입해 1만5000석 규모의 축구전용 경기장을 포함한 체육·문화시설과 업무 및 상업시설, 주상복합시설 등을 건립하기로 했다.

혁신지구계획(안)에는 △기존 생활체육공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사계절 기후 영향 없이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체육시설로 조성 △프로축구 경기뿐 아니라 K팝, e스포츠 및 각종 공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축구전용 경기장 조성 △아파트와 공공시설을 분리해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시가 직접 운영·관리하고, 구덕운동장 일원의 재개발을 위해 부산시·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출자하는 리츠(REIT) 회사가 사업 시행을 맡는다. 구덕운동장이 부산 최초의 공설운동장으로서 지난 100년간 이어져온 역사적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한 역사관도 조성될 예정이다. 시는 8월 국토부의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에 선정되면 타당성 조사와 투자심사 면제 등을 통해 12월 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내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구 주민들은 구덕운동장 주변에 조성된 체육공원을 철거하고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올 5월 서구청에서 열린 ‘구덕운동장 일원 도시재생혁신지구계획 공청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구덕운동장 재개발사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부산시가 예산도 없으면서 구덕운동장에 축구 전용 경기장을 짓겠다고 한다”며 “전체 사업비 7990억원 중 3379억원을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비로 계획하고, 구덕운동장 체육공원에 건설 예정인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매각해 사업비를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어떻게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부산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을 설득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에서 구덕운동장 복합개발계획에 대한 내용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4일 오후 서구청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구덕운동장 개발사업의 본질은 축구 전용구장과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을 포함한 문화복합시설을 넓히는 것”이라며 “주민설명회를 통해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사업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