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대표팀의 ‘대들보’ 황선우는 서울체고 재학 시절인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국내 수영계에 아로새겼다. 자유형 1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고, 200m에서는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은퇴 이후 다시금 불모지가 되는 듯했던 한국 수영은 또 다른 ‘천재’의 등장에 희망을 품게 됐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황선우는 자신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전체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결선에서도 황선우는 거침없었다. 50m, 100m, 150m 구간을 모두 1위로 통과했다. 2008 베이징의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의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이 가까워진 듯했지만, 10대 소년이었던 황선우에겐 경험이 부족했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탓에 마지막 50m에서 힘이 빠져 1분45초26으로 7위로 경기를 마쳤다.
도쿄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혈기 왕성했던 10대의 황선우는 이제는 수영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수많은 경험을 쌓은 20대 초반이 되어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선다. 지난달 18일 열린 수영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도쿄에서의 아쉬움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 2020 도쿄 이후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3년 동안 황선우는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며 단거리 자유형의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섰다.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을 시작으로 2023 후쿠오카, 2024 도하까지 각각 은메달, 동메달,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도 이룩하지 못한 3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이었다.
2012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 선수로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황선우의 라이벌은 다비드 포포비치(20·루마니아)가 꼽힌다. 포포비치는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를 1초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1분42초97로 금메달을 따냈다. 1분42초97은 전신 수영복이 금지된 2009년 이후 지금껏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포포비치는 지난달 22일 열린 세르비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분43초13을 기록했다. 전 세계 선수들을 통틀어 올 시즌 처음으로 ‘1분44초’의 벽을 깬 것이다.
황선우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1분44초75. 4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황선우로선 포포비치를 확실하게 넘어서기 위해선 파리에서 1분43초대로 들어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황선우는 “1분43초대에 들어오면 좋겠지만, 1분44초대로도 금메달은 가능하다. 결국 운영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선우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 예선과 결승은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현지시간으로 28일 열리고, 결승은 29일 오후에 벌어진다. 과연 황선우가 2020 도쿄 이후 3년간 쌓은 경험을 집대성시키며 2024 파리에서 ‘금빛 물살’을 가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