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휴일제도 개편에 나선다. 날짜 중심이 아닌 요일 중심의 공휴일을 도입하는 등 휴일제도를 개선해,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휴게시간 선택권을 높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날인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생활 균형 제도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요일제 공휴일 등을 통해 안정적인 휴일 수를 보장, 내수 진작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일·생활 균형 달성 및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 공휴일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대체공휴일 추가 지정, 요일제 공휴일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 날짜 중심의 공휴일제도로 인해 공휴일이 목요일인 경우 금요일 연차를 내야만 연휴가 가능했던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요일제 공휴일이 도입되면 광복절(8월 15일) 등 특정 날짜가 아닌 '월 ○번째 ○요일'로 공휴일이 지정되는데, 어린이날(5월 5일)과 한글날(10월 9일) 등이 요일제가 가능한 공휴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용근로자의 근무시간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은 159.4시간으로 전년동월대비 4.8시간(+3.1%) 늘어났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은 167.7시간으로 5.8시간(+3.6%) 증가했고, 임시일용근로자는 87.5시간으로 0.7시간(-0.8%) 줄어들었다.
규모별로는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은 158.3시간으로 4.7시간(+3.1%) 늘어났고, 상용 300인 이상은 164.5시간으로 5.3시간(+3.3%) 늘었다.
한편 이웃나라 일본이 주 4일제 시행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과 생활의 양립은 근로시간 단축 없이는 이루기 힘들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주4일 근무가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확산하는 추세라며 각종 사례를 소개했다. 마쓰야마시에 본사를 둔 운수회사 이요테쓰 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주사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이요테쓰 그룹은 매주 수요일을 휴일로 정했는데, 주4일제 도입을 위해 3년 전부터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 개혁에 꾸준히 힘써왔다. 주4일제 시행으로 이 회사의 연간 휴일은 120일에서 170일 정도로 늘어났다.
전자전기업체 히타치 제작소도 지난해 사원 3만명을 대상으로 최소 근무시간 하한선을 폐지해 주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현재 100~150명 정도가 주4일제를 이용하고 있다. 음향기기 업체 JVC캔우드는 올해부터 같은 방식으로 선택지를 도입했다.
온라인 의류 판매 플랫폼 조조타운은 2021년부터 일부 부서에 한해 주4일 근무를 도입했으며, 현재 주4일제를 선택해 근무하는 직원은 부서별 25~40%에 달한다. 조조타운 관계자는 "유연한 근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대졸 신입 공채 지원자나 이직자가 늘어나고 있어 인재 확보 측면에도 이점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리크루트 업체 마이나비가 일본 내 직장인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에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52%에 달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주4일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월부터 50개 기업이 주4일제를 6개월간 시행하는 대규모 실증 실험에 들어갔다. 급여도 기존 주5일제와 마찬가지로 지급하기로 했다. 불규칙한 근무체계를 가진 운수업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 독일철도는 지난 3월 말 주4일제 근무가 가능한 주 35시간 근무를 2029년까지 실시하기로 노사합의를 이뤘다. 특히 기존 38시간이던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였음에도 불구, 임금을 유지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말부터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