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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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려고 했더라”…집중력 흐려지고 자주 깜박하면 ‘이 질환’ 의심 [건강+]

얼마 전 가수 김원준과 이상민이 50대의 나이에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로 5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는 이들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주의 집중력이 저하된다. 운전을 하는 것처럼 몸으로 외우는 기억은 잘 유지되지만,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은 노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용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계산능력, 언어능력이 떨어졌지만 치매와는 달리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집중력이 흐려져 능률이 떨어지거나 본인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기계를 사용하는 등 복잡한 도구적 동작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치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함 또는 짜증을 느낀다.

 

건망증과 증상이 헷갈릴 수도 있지만 건망증은 경도인지장애와는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력이 깜빡하는 증상으로 질병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정도를 말한다. 건망증은 본인이 건망증인 것을 알고 있으며, 하려던 일을 깜빡해도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낸다. 경도인지장애와 증상이 비슷한 치매는 타인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변화가 나타나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를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 진행하는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정상 대조군이 매년 1~2%의 비율로 치매로 전환되는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매년 10~20% 정도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상태는 알츠하이머병을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치매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정상 노화 상태로 돌아오기도 하고, 경도인지장애 정도를 유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가벼운 건망증이라고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인지 기능의 저하에 대해 치매가 아닌지 걱정을 하고 검사 받는 경우가 많다”며 “경도인지장애 진단은 환자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자세한 면담을 시행하고,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경도인지장애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특징적인 양상들이 확인된다면 이후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