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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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댕댕이 리조트 “친구들, 여긴 어때”

여행업계 ‘펫팸족’ 유치 경쟁 치열

전용 객실에 놀이터·수영장은 기본
전문 셰프가 건강식·디저트도 제공
운동회·미술 활동 등 프로그램까지
고급 호캉스 등 선택지 더 넓어져

제약업계도 반려동물시장 집중공략
우루사·인사돌 등 모태 신제품 출시

유아용 유모차보다 반려동물용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 판매량이 앞선 시대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G마켓의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율이 57%, 유아용 유모차가 43%를 차지했다. 실제 반려동물 인구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262만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펫팸(Pet+Family)족’인 셈이다. 1인 가구와 고령인구 증가로 반려동물이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면서, 각 기업은 신사업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점찍고 펫팸족 공략에 나서고 있다.

4일 삼정KPMG의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은 2023년 28억7000만달러(약 3조9700억원)로, 10년 전 대비 약 9배가량 급증했다. 보고서는 “인구 구조적 변화로 다양한 섹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양육인구와 반려동물 개체 수 모두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투자자들은 펫 섹터를 성장세가 지속될 유망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원도 홍천의 소노펫클럽앤리조트에서 투숙객이 반려동물과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 소노인터내셔널 제공

◆반려견과 ‘호캉스’…전용 룸부터 수영장까지

여행 업계에서는 이미 펫팸족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호텔·리조트들은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여행객들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반영해 펫팸족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객이 일반 여행객보다 5.1배 더 지출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1박 이상 여행할 때는 2.2배 더 많이 돈을 썼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강원 홍천의 소노펫클럽앤리조트는 대표적인 펫팸족을 위한 리조트다. 2020년 7월 157실 규모로 첫선을 보인 이곳은 천연잔디로 조성된 약 5000㎡(1500평)가 넘는 면적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목줄 없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뛰어놀 수 있다.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재부터 침대 높이까지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현행 규정상 식당, 카페 등은 반려동물 출입 공간과 분리돼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 셰프가 개발한 건강하고 맛있는 펫 메뉴와 다양한 브런치,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 기존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명랑운동회’, ‘미술활동’ 같은 반려견 전용 프로그램과 위탁관리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 부총지배견 케니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부총지배‘견’ 케니(보더콜리)로 유명하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당초 마이스(MICE)나 기업 연수 등 단체 고객에 특화된 리조트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고비를 겪으며 반려 인구 증가 추세에 맞춰 ‘펫 프렌들리 리조트’로 모습을 바꿨다. 케니는 리조트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는데,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좋아 투숙객의 반려동물과 함께 놀며 리조트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객실 총 80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객실은 발코니에 펫 놀이터와 바비큐 시설까지 갖췄다. 특히 여름휴가철을 맞이해 다음달 31일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펫 전용 ‘멍 물놀이장’을 운영한다. 성인 발목이 잠길 만큼 얕은 물놀이장부터 수심 110㎝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에서 강아지들이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 롯데호텔 제공

시그니엘 부산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총 4개의 객실을 반려견 동반 객실로 운영하고 있으며 펫 계단, 펫 침대, 전용 식기 등 펫 어메니티가 준비돼 있다. 반려견의 편안한 이동을 돕는 펫 유모차, 케이지 등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특히 반려견 동반 패키지를 이용하면 반려견 이름이 새겨진 펫 전용 케이크와 프리미엄 펫 브랜드 ‘스몰스터프’의 펫 가운과 안대, ‘프랑소와펫’의 풉백(배변봉투) 등이 제공된다.

제주신화월드에서 강아지가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 제주신화월드 제공

제주신화월드 내 프리미엄 콘도미니엄 리조트 서머셋에는 다인원 투숙객이 지내기 좋은 일반 객실 외에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전용 객실 ‘펫프렌들리룸’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해당 객실에는 강아지들의 포근한 보금자리가 될 펫 하우스와 안전을 위한 펫 스텝, 식기, 배변판, 장난감, 간식 등의 다양한 어메니티가 구비되어 있어 편안하고 완벽한 ‘펫캉스’를 즐기기에 제격. 저자극 프리미엄 펫 케어 브랜드인 ‘하이포닉’의 강아지 전용 파우더 워시, 귀 세정제, 미스트, 탈취제로 구성된 웰컴 기프트 세트도 함께 제공된다.

◆반려동물도 ‘인사돌’·‘우루사’로 건강관리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약업계는 반려동물용 의약품으로 신사업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루사’나 ‘인사돌’, ‘락토핏’ 등 유명한 일반의약품을 모태로 한 반려동물용 의약품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유통 채널도 넓어지고 있다.

대웅펫은 대웅제약의 베스트셀러 우루사를 반려동물용으로 판매 중이다. 국내 최초로 UDCA(우르소데옥시콜산) 성분의 정제형 동물용의약품 ‘유디씨에이정’(UDCA정)을 선보였다.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의 오랜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한 유디씨에이정은 UDCA를 주성분으로 하는 반려동물 간 기능 개선제다. 동물병원 전용으로 판매되면서 반려동물 간담도 질환의 새 치료 옵션을 제시할 예정이다. 쉽게 씹어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러운 츄어블 형태로 제작해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 3월에는 반려동물 소화효소보조제 ‘베아제펫’도 발매했다. 베아제펫은 대웅제약의 유명 소화제 ‘베아제’를 반려동물 전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강아지·고양이의 소화 건강에 효능을 나타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제품에 함유된 소화 효소제와 식이섬유를 통해 소화 건강뿐 아니라 배변활동까지 돕는다. 이밖에 고함량 활성형 비타민인 ‘임팩타민’도 강아지·고양이용으로 출시됐다.

동국제약은 올해 1월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의 유통 채널을 동물병원에서 동물약국으로 확장했다. 동국제약은 2021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동물병원에서만 판매해 왔다. 캐니돌정은 동국제약의 유명한 잇몸용 일반의약품 ‘인사돌 플러스’와 주성분이 동일하다.

반려견의 구강관리를 위한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동국제약은 2020년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허가를 받았다. 치아지지조직질환과 치은염에 효능 있는 동물의약품으로 허가됐다.

종근당 계열사인 종근당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락토핏’의 원료를 생산하며 쌓은 기술 역량으로 반려동물용 유산균 제품 ‘라비벳’을 생산하고 있다. 종근당바이오 특허 기술인 프롤린 공법을 사용해 유산균 생존력을 높이고 유효기간 내 15억CFU(균총 형성 단위) 이상의 유산균을 보장하는 제품이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비오비타’를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