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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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보여준 K팝의 새 미래 [이지영의K컬처여행]

강연이나 인터뷰를 할 때면 사람들은 종종 방탄소년단의 미래 혹은 K팝의 미래는 어때야 할 것인지에 대해 나에게 질문하곤 한다. 사실 이런 질문은 던지기엔 쉽겠지만 대답하기엔 가장 곤혹스러운 종류의 질문이다. 만약 한국 교육의 미래라거나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그보다는 쉽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예술에서의 미래 전망을 과연 어느 누가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까. 아마도 예술가 자신의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것 외에 유의미한 대답은 없을 것이다.

 

지난 5월24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이 최근 빌보드(Billboard), 롤링스톤(Rolling Stone), NME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최고의 앨범’에 뽑혔다.

 

빌보드는 “2022년 발매된 RM의 첫 솔로 앨범 ‘Indigo’도 무척 다채로웠지만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의 큰 도약을 보여줬다”며 “방탄소년단은 K팝의 경계를 확장시켰지만, RM은 신보에 수록된 재즈, 펑크, R&B, 아프로비트(Afrobeat)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통해 K팝에 경계가 있다는 인식 자체를 허물었다”고 평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롤링스톤은 “RM은 솔로 2집에서 세계 음악시장을 정복한 자아와 평범한 청년 ‘김남준’ 사이를 깊이 파고든다”며 음반의 시작점에 대해 짚었다. 또한 “사이키델릭하고 감성적인 이 앨범은 자기 탐구적인 가사와 새로운 탐험으로 초대하는 것 같은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 음악 매거진 NME는 “RM은 격렬하고 자기 성찰적인 이 앨범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RM의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보편적인 감정과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메시지를 녹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RM은 음반에 수록된 11곡의 작사에 모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RM의 음악적 시도는 빌보드의 평가처럼 K팝에 경계가 있다는 인식 자체를 허물면서 K팝, 즉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앨범 자체의 장르적 다양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K팝이 인기 있다고 해서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들만 부각되다 보니 한국 대중음악은 그것뿐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외국의 청자들에게 RM의 이번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역시 다양한 장르의 깊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이 K팝의 영역을 좀 더 새롭고 넓게 확대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현재 인기 있는 음악 장르와 형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고뇌를 바탕으로 K팝에 대한 기존의 암묵적인 경계들을 해체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시도들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음악적 여정, 그룹으로서의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색깔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시도하는 솔로 활동을 통해 K팝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히며 보여주는 RM의 시도에서, 나는 K팝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가능한 아름다운 대답을 발견한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