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 이후 ‘로 키’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으로 인한 인지력 논란, 사퇴 압박 등으로 고전하는 동안 본인이 눈에 띄지 않는 편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TV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선거 전략을 이같이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버지니아네트워크와의 계획된 TV 인터뷰를 취소하는 등 지난 1주일간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통령 후보도 이달 중순 예정된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은 상대가 스스로 낙하하는 국면에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고,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하고 새로운 후보가 출마한다면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새로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젊은 후보로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유색인종·무당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간 얻은 약간의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했을 경우 지지율이 뒤집힐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도 고령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나이다.
TV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자제력은 공화당 참모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공화당 전략가 더그 헤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원할 때 훈련된 메신저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그는 (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음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로 주목이 옮겨가도록 애쓰고 있지만 소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공적 직무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에 광범위한 해석을 제시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법원을 비판한 것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관심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문제로 다시 옮아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제력은 또 하나의 진화한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고, 쉽게 발끈하며 독설을 달고 지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 후보의 사퇴론이 들끓는 ‘호재’에도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TV 토론 중에도 이전보다 정책 측면에 집중하며 태도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