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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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닥 찍은 이차전지 하반기 도약 노린다

국내 3사 CEO 내부 독려

수출액 상승세 … 업황 회복 기대감

김동명 LG엔솔 사장 메시지 통해
“자만심 버리고 혁신 DNA 살려야”

최윤호 삼성SDI 사장 “운외창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 등 주문

이석희 SK온 사장 ‘자강불식’ 강조
“최고의 성과 창출 힘 모으자” 당부

국내 배터리 3사 수장들이 “위기는 기회”라며 이때를 기본기 강화를 위한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실적이 부진하지만 회복세에 들어섰을 때 성과를 내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차전지 수출량이 늘고 부진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이들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이석희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4일 구성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질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1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래를 대비할 근성과 체력을 길러야 할 뿐 아니라 자만심을 버리고 우리만의 도전과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업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가며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가속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 CEO는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투자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지난 1일 54주년 창립기념사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일시적 성장세 둔화 등 우리가 맞이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이 위축될 때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 경쟁력 중 하나가 품질”이라며 “2030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하자”고 밝혔다.

최 사장은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의 사자성어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언급하며 “차원이 다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찬란한 하늘을 맞이하고 ‘2030 글로벌 톱티어 회사’라는 목표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온은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석희 CEO는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기회”라며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음)의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배터리 수장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이차전지 수출이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올해 1∼6월 상반기 이차전지 수출액은 여전히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해 회복을 말하긴 이르다. 그러나 4월 6억1800만달러에서 5월 6억4400만달러, 6월 7억4000만달러로 2달 연속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이차전지주 주가도 시장 기대가 반영돼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배터리사의 신제품 양산과 수출 개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재고 해소 등을 하반기 긍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하반기 차세대 제품인 원통형 4680(지름 46mm·길이 80mm)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며, 올 4분기에 건식 코팅 공정을 위한 시험용 생산라인을 완공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차전지 업계는 2차 상승 사이클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경·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