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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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中 새 해경법, 예의 주시해야

영유권 분쟁해역도 中 관할 주장
상대국·외국인에 자국법 적용 시도
한·중 해양경계 획정 답보 상태서
어업 분쟁 등 충돌로 비화될 우려

중국은 해양 권익 수호가 중국몽(中國夢) 실현의 핵심과제라며 2012년 해양 강국 건설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2013년 국가해양국의 해양법 집행기관 4곳을 통폐합해 중국 해안경비대(China Coast Guard)가 창설됐다. 이 기관은 해양경찰 조직처럼 보이지만 중국 군부인 중앙군사위원회 산하의 인민무장경찰(武警) 부대 소속으로 국방예산을 쓰는 사실상의 군대다.

특히 국가 주권과 핵심 이익의 수호를 강조하는 시진핑 체제는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필리핀과의 남사군도에서의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는 법적 정비에 적극적이다. 해양 자원의 개발 능력 제고와 해양 경제발전 및 국가 해양 권익 수호를 내세운 총 80개 조항의 해경법(해안경비대법)도 2021년 2월 1일 발효시켰다. 그러나 이 법은 모호한 ‘관할해역’ 설정과 특정 외국선박에 대한 ‘사전 통보 의무’ 부과, 그리고 긴급 상황 시 경고 없는 일방적 ‘무기 사용 권한’을 규정했다. 국제법적 기준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과도한 중국의 재량권 남용의 대표적 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그런데도 지난 6월15일 중국은 해경법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라며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중국 측이 관할해역으로 간주하는 해역에 출입국 관리 위반 혐의가 있는 외국인 단체나 선박에 대해 복잡한 사안의 경우, 조사 및 구금 가능 기간을 재판 없이 기존 30일에서 60일로 연장했다. 또 출입국 관리 위반 혐의자를 불법 출입국 의심이 있는 자, 방조한 자, 불법체류 및 취업 혐의가 있는 자와 국가안전과 이익을 훼손한 자 등으로 규정했다. 여전히 관할해역의 범위가 모호한 가운데 ‘복잡한 사안’, ‘의심이나 혐의’ 및 ‘국가안전과 이익 훼손’ 등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 범위가 더 확대된 새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해역을 자신의 관할해역으로 기정사실화해 분쟁 중인 상대국이나 해당 외국인에게 자국법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등 분쟁 중인 해역명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 분쟁 지역에 적용 가능한 자국법을 계속 만들고 적용하려는 것이 문제다. 2021년 제정한 해상교통안전법도 중국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국내법이지만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국제분쟁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결국 주변국과 분쟁 관련국에게 중국적 방식과 해석, 힘에 굴복하라는 직접적 압박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법제화 추세가 우리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은 강력한 군사력 증강, 특히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한 해군력의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연히 중국 해경의 군사력도 강화되고 있으며, 우리 서해는 물론 동해까지 해군력을 투사하고 있다. 한중 간 해양경계 획정 논의가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어업 분쟁이나 중국 선박의 우리 영해 침범 행위도 계속되고 있다. 분쟁이 언제든지 충돌로 비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한국형 해양 권익 확보와 해양 안보 의식 제고에 분명한 대응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

또 하나는 중국이 주도면밀한 법률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이라는 이른바 3전(戰)을 전개한다. 이들은 상호보완적이지만 법률전은 규정 범위나 해석이 모호한 자국 중심의 법의 제정·운용을 통해 상대방이 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은 미디어를 장악하는 여론전이나 상대방의 대항 의지를 억제하는 심리전과 달리, 법률전을 제도적 주도권을 잡는 공격형 접근으로 활용한다.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기정사실이 되고 중국의 권리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국가적, 사회적 대응 방어기제 수립이 시급하다. 중국 해경법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등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으니 과민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직접적인 영유권 분쟁이 없다고 우리 해역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중첩 수역에서 충돌과 갈등을 피하기는 더욱 어렵다. 국민적 안보의식 제고를 바탕으로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경과 해군력의 방위력 확충이 기본이 돼야 하는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