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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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신’ 이어 총선 책임론 놓고 다투는 한심한 與 대표 후보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둘러싼 ‘윤심’ 경쟁과 ‘배신자’ 논란에 이어 이번엔 4·10총선 패배 책임을 놓고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서로 얽히고설킨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총선 대패 직후 처절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하던 정당이 맞는가 싶다. 상처를 많이 입어 누가 대표가 되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희룡 후보는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면서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선거운동을 지휘한 한동훈 후보를 저격한 발언이다. 이에 나경원 후보는 “적어도 원 후보가 총선 승리를 말할 수 있으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은 지역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나·원 후보 역시 전국 공동선대위원장이었고, 윤상현 후보는 인천 총괄선대위원장이었다”며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을 이끌겠다는 후보들이 패배의 책임을 엄중히 받아들이기는커녕 네 탓만 하는 듯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얼마 전에는 나·원·윤 세 후보가 일제히 ‘배신’을 거론하면서 한 후보를 공격했다. 나 후보는 “배신의 늪에 빠졌다”고 했고, 원 후보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당대표 선출에 영향력이 큰 영남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2015년 국회법 개정안 국회 통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씌운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소환한 것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1강 2중 1약’의 경선 구도를 깨뜨리려는 공략이겠지만 오히려 후보들의 조바심만 드러낼 뿐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안을 밀어붙이고 검사 4명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마저 탄핵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의 폭주 앞에 속수무책 무기력한 모습만 보일 게 분명하다. 지금 집권 여당에는 보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시대적인 배신 운운하고 네 탓 공방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