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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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상병 특검 강행·거부권 행사 악순환 언제까지 봐야 하나

野, 與 불참 속에 국회서 표결 처리
대통령, 16일쯤 거부권 행사할 듯
한 발씩 양보해 ‘새 안’ 머리 맞대야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의혹 특별검사법’을 강행 처리했다.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이틀간 필리버스터(법안처리 저지 무제한 토론)로 맞서던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표결이 시작되자 반발해 퇴장했고,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쯤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채상병 특검법 공방으로 전날 경제 분야에 이어 어제 교육·사회·문화 분야의 국회 대정부 질문도 무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국회 강행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게 뻔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거대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인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조만간 채상병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수사외압 여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건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맞다. 특검을 야권에서 추천하도록 한 독소 조항이 살아 있는 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

 

다만 채상병 사망사건 처리를 둘러싼 새로운 사실과 정황, 주장들이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로 이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데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고, 얼마 전엔 임성근 뒤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확인 안 되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 넘게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당의 일방통행식 처리는 문제이지만 공수처의 진상 규명이 더딘 상황에서 여당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된 뒤 여야는 독소 조항 제거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그제 특검 실현을 위해 특검추천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후보도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특검을 제안했다. 여야가 공히 진정 원하는 것이 채상병이 어떻게 해서 사망했는지와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이라면 새 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