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가 결국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5월28일)된 지 불과 37일 만에 또 한 번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 전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여당이 거야 ‘독주’에 항의하기 위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애초 5일 예정됐던 개원식이 무산됐다. 대통령실 측은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에 대해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유린”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야당 의원들은 4일 본회의에서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결한 이후 곧장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과 김재섭 의원이 본회의장에 남아 각각 찬성, 반대표를 던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 가결에 대해 “위헌성 때문에 재의결이 부결됐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며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유린을 개탄한다”고 평했다. ‘위헌에 위헌을 더했다’는 건 처리된 특검법이 기존 특검법보다 특검 추천 권한 부분에서 야당 영향력이 더욱 짙어진 부분 등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통과한 특검법은 기존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절차가 삭제되고 더불어민주당 1인, 비교섭단체 1인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검법 처리 이후 규탄대회에서 “(야당이) 국회를 파탄시키는 현실에서 국회 개원식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며 “국민의힘은 개원식 불참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5일)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마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결국 여당과 윤 대통령의 불참이 예상되면서 국회의장실은 “내일(5일) 예정이었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연기됐다. 개원식 일정은 추후 확정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개원식이 ‘반쪽’으로 진행되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행사를 사실상 무산시킨 것이다. 7월 임시국회 시작을 알리는 개원식이 무산되면서 애초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한 8·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또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