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북부 한 성당에 '출산하는 성모 마리아상'이 전시된 지 며칠 만에 파괴됐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이 오스트리아 북부의 린츠(Linz) 성당에 전시되자 일부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신성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린츠 성당의 가톨릭 교구는 성모 마리아의 머리가 1일 이른 아침에 파괴됐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예술가 에스더 슈트라우스의 '크라우닝(Crowning)'이라는 조각상이다. 작품의 제목은 분만 시 태아 머리의 일부가 외음열에 보이는 때를 의미한다.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가 바위에 걸터앉아 예수를 낳는 장면을 나타냈다.
작품 속 성모 마리아는 기존 종교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현실적인 산모의 모습으로 치마를 걷고 다리를 벌린 채 산고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같이 생소한 성모 마리아의 모습 때문에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신성 모독적이라고 주장했다.
조각품 철거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청원에 참여한 이들은 "예수의 탄생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은 이 신성함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엔 1만2000개 이상의 서명이 접수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해당 작품은 성당 봉헌 100주년을 기념해 여성의 역할과 성평등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예수의 탄생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작품을 제작한 슈트라우스는 파괴한 사람에게 "매우 잔인하다"고 말했다.
성모 마리아는 종교 예술에서 흔히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맞이하거나, 아기 예수를 안고 있거나, 기도하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반면 크라우닝은 파격적으로 마리아가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각상을 만든 슈트라우스는 "성모 마리아의 대부분 이미지는 남성이 만들었고 가부장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아는 이 작품에서 그녀의 몸을 되찾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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