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인선을 놓고 여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탄핵을 거론하며 맹공을 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 이 전 사장을 발탁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사퇴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직을 내려놓은 지 이틀 만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사말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후보자는 “방송이 지금은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고 있다”며 “공영 언론은 노동 권력과 노동단체로부터도 독립해야 하지만 (현재) 공영방송,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 조직원”이라며 MBC를 직격했다.
또 전임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대해 “이 두 분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의)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 준칙도 무시한 보도”라며 “음성이 100% 정확히 들리지 않으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청담동 술자리 보도’와 ‘김만배·신학림 보도’를 언급하며 “모두 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나온 가짜, 허위 기사”라며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나왔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에 “윤 대통령이 기어이 ‘MBC 장악’을 선언했다”며 “방송장악을 이어 나가겠다는 대국민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이진숙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방송장악을 위한 기괴한 방통위원장 이어달리기를 멈춰 세우겠다”며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경고한다. 이번 지명이 정권의 몰락을 앞당기는 자충수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MBC 출신이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제척, 기피 대상임에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탄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이달 말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새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인사청문 특위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 후보자 취임 후 임기 만료가 임박한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진 교체를 단행할 경우 야당은 두 명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탄핵소추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타이틀을 지닌 언론인 출신으로 1987년 MBC에 입사해 1991년 걸프전 현장을 취재했고, 2002~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파견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가 ‘1호 인재’로 영입한 인물로, 2021년 8월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언론특보로 합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