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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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행서 삼겹살‧소주 먹다가 ‘마약 사범’ 협박당할 수도... 무슨 일?

대마 함유 삼겹살‧ 음료수 등 판매
현지선 합법이어도 한국인엔 불법
신고 빌미 '셋업 범죄' 표적 될 수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동남아 등을 여행하는 시민들이 마약 성분의 삼겹살이나 소주, 사탕 등에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모르고 먹은 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 

태국서 팔리는 '대마 삼겹살'과 '무알코올 대마 소주'. 국가정보원 제공

 

5일 국정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태국 등에서는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대마 쿠키‧대마 음료수와 같은 메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태국은 아시아 최초로 대마초 사용 및 재배를 합법화한 나라다. 대마가 들어간 제품을 판매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가 조심해서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삼겹살에 대마를 곁들인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또 한국의 소주 디자인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무알코올 대마 소주’ 등이 일반 음료와 함께 진열돼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대마 성분 함유’ 문구가 태국어로만 표기돼 있어 우리 국민에게 일반 소주나 음료로 오인될 수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대마 성분 함유 사실이 현지어로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식음료 구매 시 대마를 의미하는 잎사귀 문양과 Cannabis, Marijuana, Weed 등 영문명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마약김밥’ ‘마약떡볶이’로 불리는 음식은 중독될 정도로 맛있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태국의 ‘대마 삼겹살’은 실제로 대마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또 캐나다에서는 ‘환각 버섯’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고,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클럽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마약 사탕’ 등 국내에선 불법인 환각 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마약을 투약·섭취하게 한 뒤 납치·감금 등 2차 범죄를 시도하거나, 수사기관 신고를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는 이른바 ‘셋업 범죄’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태국에서 대마 음료(붉은색 네모)와 일반 음료 함께 진열한 모습. 국가정보원

국정원은 “올해 초 태국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젤리를 먹은 후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사례가 있다”며 해외여행 중 마약 식음료를 먹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인천공항 출국장 등에 마약범죄 노출 우려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비치하고 카드뉴스를 제작해 온라인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대마나 대마 유사 성분이 들어간 젤리·사탕 제품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대마를 섭취하는 등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6일 태국에서 가져온 젤리를 먹고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남매가 경찰에 입건됐다 풀려나는 사건도 있었다. 외관상 젤리에 대마가 들었다고 의심하기 어려워 남매가 ‘대마 젤리’인 줄 모르고 먹었고, 이 중 동생이 고통을 호소하고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실제 이들이 섭취한 제품을 보면 알록달록한 여러 색깔의 공룡 모양 젤리 약 40개가 투명 지퍼백에 담겨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젤리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나라 중 대마를 합법화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마류를 접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며 “대표적인 게 대마 젤리로, 국민들께서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