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영화계 수익 배분 갈등… 영화단체, 극장 3사 공정위 고발

제작·프로듀서·배우·감독 등 영화 관련 단체들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영화계 수익배분을 둘러싼 극장과 영화 제작·투자사들의 갈등이 공정위 신고로 이어지게 됐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장 측이 영화배급사 및 제작사에게 각종 할인과 무료티켓 등의 프로모션에서 발생하는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영화인연대는 극장 3사가 최근 몇 년간 티켓 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 “관객 부담이 커지면서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져 관객은 감소하고 대작 영화 중심의 양극화와 스크린 독과점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장 3사가 관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비싼 티켓가격과 별개로 각종 할인제도를 진행하면서 할인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관객은 정가로 비싼 티켓을 구매하게 되는 등 가격 형평성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각종 할인으로) 생겨난 거품현상으로 티켓가격에 대한 관객의 불신이 커지고 이는 다시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영화생태계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수익 배분 문제도 제기했다. 영화인연대는 “극장 3사가 티켓 가격의 급격한 인상과 더불어 티켓 판매로 발생한 매출을 투자·배급사(제작사·창작자 수익 포함)와 분배하는 과정에서 깜깜이로 일관하며 불공정한 정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의 할인에 대해 비밀 유지계약을 내세우며 상세부금정산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극장 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깜깜이 정산’으로 티켓 가격이 올랐음에도 객단가(영화티켓 평균발권가격)는 오히려 낮아져 투자·배급사, 제작사, 창작자 등 영화생태계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지적이다.

영화인연대 측은 “가격을 올려놓고 조삼모사식 할인제도를 운용하는 극장 측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다수 관객의 불신은 물론 한국영화 생태계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분배는 창작과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영화의 성장동력을 무너트리는 것”이라며 “극장 티켓가격의 거품 걷어내기와 투명한 정산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을 지키고 관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영화인연대는 향후 극장 측의 몰아주기에 따른 양극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무너진 홀드백의 회복 등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극장 측을 대변하는 한국상영발전협회는 같은 날 “영화인연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영화 시장은 그 어느 업계보다도 투명한 시장”이라며 “극장은 발권가액을 중심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익 정산에 대해서는 “극장은 표준 영화상영기본계약서에 따라 부금 정산 시 정산에 필요한 세부 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다”며 “배급사에서 추가 내역 요청 시 통신사와 제휴사 등 타 계약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거나 영업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선에서 협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지난 4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영화인연대 제공

협회는 “극장과 배급사 간의 정당한 영업 활동이 위축돼 할인 혜택이 줄어든다면, 그 불이익이 관객들에게 돌아가 관객 감소라는 부정적인 연쇄 영향을 미칠까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협회는 “극장은 코로나19 기간 극심한 관객 감소로 1조원대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고 영화관의 재무적인 어려움이 커지면서 외부에서 자본 조달 시 금리 또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다”며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자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문제 해결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영화인연대가 주최하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영화인연대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