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한복판으로 소환됐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사과 의지를 표명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 후보가 이를 ‘읽씹(읽고 답장을 안 한다는 뜻)’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 후보는 이에 “실제로는 (김 여사가)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해당 의혹은 전날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자사 라디오 방송에서 거론하며 불이 붙었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후보가 이를 확인하고 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 캠프는 즉각 “‘재구성’되었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 후보가 직접 정면 반박에 나섰다. 한 후보는 5일 KBS 인터뷰에서 김 여사 문자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저한테 저 얘기를 무리하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며 “문자 내용이 재구성된 것이다.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또 “용산 대통령실에 제가 공적인 통로를 통해 강력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뜻을 계속 전달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일종의 문자가 온 것인데, 거기서 제가 마치 그 사과를 안 받아줬기 때문에 사과를 안 했다는 게 가능한 구도인가”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그 이후에라도 (김 여사가) 사과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 않나. 이건 너무 무리하고 팩트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며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대 주자들은 읽씹 논란을 두고 ‘배신자론’과 ‘싸가지론’, ‘총선 책임론’을 총동원해 한 후보를 난타했다.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라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와 차별화를 하려고 그런 게 아닌가 이런 강한 의구심도 들고 다섯 번의 문자를 통해서 본인의 사과 의사를 전했는데 씹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가 없다”며 “당정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자꾸 이런 식의 신뢰가 무너진 듯한 얘기나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당원들이 많이 우려할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