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도와 합창단장 등 3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A(52·여)씨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A씨 등의 변호인은 “아직 증거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 인정 여부를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며 “공소사실 중 주관적 요건인 ‘살해 부분에 대한 미필적 고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거기록 검토 후 객관적 공소사실은 상당 부분 인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범행 경위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검찰은 합창단장인 A씨가 신도들에게 “피해자를 감시하면서 결박하라”며 일방적으로 지시했고, 이행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3개월 동안 26차례 학대당한 피해자는 사망 직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으며 허리뼈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했고 대소변을 혼자 가릴 수 없는 극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해자의 친모 D(52·여)씨도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단 설립자의 딸인 합창단장 A씨는 합창단원 B(41·여)씨, C(55·여)씨 등과 공모해 올해 2월부터 5월15일까지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교회 합창단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던 피해 여고생 E(17)양을 감금한 채 반복적으로 학대하고, 거동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D씨는 지난 2월 A씨의 제안으로 즉각적인 정신 치료가 필요한 친딸 E양을 병원이 아닌 해당 교회 합창단 숙소로 보내고, E양이 사망할 때까지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E양은 지난 5월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당시 E양의 온몸은 멍이 든 상태였고 두 손목에서는 결박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E양 시신을 부검한 후 사인을 ‘학대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E양이 자해를 해 막으려고 했다”면서도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2차 공판은 내달 12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