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있던 국회법 조항을 흔들어 깨워서 국회법에 생기를 불어넣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았던 국회법 조항이 참 많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이 ‘잠자고 있던 국회법 조항’이라며 언급한 것들 중엔 최근 동의 인원이 100만명을 돌파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회 청원 관련 ‘청문회’도 포함됐다.
정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법상 청원 관련 조항을 언급하며 “(법사위 청원심사소위는) 현장조사도 할 수 있고 청원인, 이해관계인 및 학식·경험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청문회 관련 조항을 거론하면서 “소위원회도 포함해,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 심사 시에도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은 진즉에 ‘5만명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라 법사위 청원심사소위가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측은 공개적으로는 이날 정 최고위원의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언급에 대해 “개인적 입장“이라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 중심으로 청문회 추진이 검토되는 모습이다. 당장 청문회가 열릴 경우, 의사진행을 민주당 내 대표적 강경파인 정 최고위원이나 김용민 의원이 맡는 게 유력하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심사할 예정인 법사위 청원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실제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여당 반발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청원 동의 인원은 11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청원에서 윤 대통령 탄핵 사유로 거론한 건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등 5건이다. 실제 청문회가 열린다면 이들 내용이 다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심사를 주도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르면 8월 중에 청문회가 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은) 7월 셋째주에 (법사위에) 상정할 수 있고 전체회의에서 토론한 다음에 소위에 회부한다”며 “소위에서 조사를 시작하려면 7월 넷째주 이후부터 가능하다. 다만 증인을 부르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통지하고 청문 계획도 세워야 해서 실제 증인을 부르는 건 7월 말부터 바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계획은 소위에서 충분히 청문회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종합 청문회를 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원 내 탄핵) 사유별로 별도 청문회를 하고, 종합 청문회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번 청문회를 열어 여론전을 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계획에 대한 우려도 당내에선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거나 추진하는 건 아니지만 ‘청문회 개최’ 자체만으로도 ‘탄핵 역풍’에 준하는 부정적 여론을 야기할 수 있단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금 검사 탄핵만 해도 발의 단계에서부터 검찰 반발이 거세고 여론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지 않냐”며 “청문회를 연다고 하면 당장 여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 ‘대선 불복’ 프레임이 작동해 역풍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다. 당장 윤 대통령이 조만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탄핵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단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