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월 실업률이 4.1%로 2년7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상승을 부추겨온 고용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6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0만6000명 늘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 폭(22만명)에는 크게 못 미친 수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만명)를 다소 웃돌았지만, 이는 정부 일자리가 7만 개나 급증한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1만7000개), 소매(-9000개) 등 민간 일자리는 줄었다.
6월 실업률은 5월 4.0%에서 0.1%포인트 상승한 4.1%로 2021년 11월(4.1%)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6월 실업률이 5월과 같은 4.0%에 머무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돈 수치다.
실업률은 작년 4월 3.4%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9%로 시장 전망에 모두 부합했다.
앞서 4∼5월의 고용지표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4월 고용 증가 폭은 16만5000명에서 10만8000명으로 5만7000명 하향 조정됐고, 5월고용 증가 폭은 27만2000명에서 21만8000명으로 5만4000명 하향 조정됐다. 4∼5월을 합산한 하향 조정 폭은 11만1000명에 달했다.
앞서 몇몇 연준 위원들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나타난 고용 증가 폭이 실제 고용 증가 폭보다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도는 6월 고용 증가세와 예상 밖 실업률 증가, 4∼5월 고용 지표 하향 조정은 그동안 뜨거웠던 미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뜨거운 고용시장은 그동안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약화를 시사한 6월 고용보고서에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고용지표 발표 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오전 9시20분 현재 4.31%로, 독립기념일 휴장일 하루 전인 3일 증시 마감 무렵(오후 1시) 대비 4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64%로 3일 오후 1시무렵 대비 6bp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직후 연준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유지할 확률을 약 25%로 반영했다. 1주일 전 36%와 비교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강보합세로 개장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로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고용지표의 완만한 증가는 실업률 상승과 성장세 둔화와 맞물려 연내 금리인하 시나리오를 강화한다”며 “경제지표 개선이 지속될 경우 연준은 다음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하고 9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다.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높은 관세와 더욱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심화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전략가는 지난 3일 “트럼프가 예고대로 모든 수입품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할 시 미국 인플레이션이 1.1%포인트,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130bp(1bp=0.01%P)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25bp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상 조치는 5차례 이상 단행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