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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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젖은 발가락, 말리기만 하면 안돼요… ‘이 병’ 걸릴수도 [건강+]

접촉성 피부염 생길 수 있으니 잘 씻어야

하루 걸러 하루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장마철이면 쏟아지는 비를 맞아 다리가 흠뻑 젖거나 고온 다습한 날씨에 땀으로 범벅되는 경우가 많다.

 

곰팡이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인 장마철이면 피부감염성 질환인 곰팡이성 질환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의 완선, 그리고 간찰진 등이 많이 생긴다. 또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화학물질과 불순물에 의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도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인부츠’, 잘못 신으면 무좀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가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 등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피부병이다. 특정 피부사상균들은 고온다습할 때 피부감염을 더 잘 일으키는데, 여름철 레인부츠처럼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땀과 습기가 쉽게 차는 신발을 오래 신으면 발병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김대현 교수는 “장마로 젖은 레인부츠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돼 마른 수건으로 닦아 말리고 신발 안에 제습제를 넣어 보관하는 등 습기 제거에 신경써야 한다”며 “레인부츠를 착용할 때 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양말을 신거나 실내에서는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는 것이 발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무좀에 걸리면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고 각질이 벗겨지기도 한다. 피부의 특정 세균들이 땀 속 류신을 분해할 때 만드는 이소발레릭산이라는 악취를 동반한 물질로 인해 심한 발냄새가 나기도 한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좀은 염증 없이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지는 지간형, 작은 수포가 발생하는 소수포형, 발바닥에 각질이 두껍게 생겼다가 가루처럼 떨어지는 각화형으로 나뉜다.

 

지간형 무좀은 발가락 사이처럼 밀착돼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발생하며, 발가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가 짓무르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수포형 무좀은 발바닥 중간 부위나 옆쪽에 생기며 수포처럼 작은 물집을 동반한다. 지속될 경우 발바닥 전체에 걸쳐 각질이 쌓이게 되고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각화형 무좀은 발바닥 피부 각질층이 두꺼워지고 피부 표면이 오돌토돌 융기되는 증상을 유발한다. 가려움증 등이 동반되지 않아 무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지연되기도 한다.

 

가렵거나 각질이 보인다고 긁어서는 안 된다. 무좀에 걸린 피부는 피부 장벽이 약해진 상태라 긁게 되면 세균 감염 등으로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좀을 흔한 피부병으로 여겨 방치하거나, 식초, 마늘, 소금 등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도하다가 제대로 된 무좀 치료를 받지 못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무좀이 의심되면 각질 도말 검사(KOH 검사)로 곰팡이 여부를 확인하고, 항진균제를 바르며 치료하게 된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쉽게 재발한다.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4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대현 교수는 “무좀은 재발이 쉬운 질환이라 완치 후에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고 물기를 완벽히 건조해야 하며 전염력이 있어 타인과 수건, 양말 등을 공유하지 않는 등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빗물에 포함된 ‘화학물질’

 

두 피부 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다습한 여름에 잘 생긴다.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면 어디든 생긴다.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한다. 이는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붉은 반점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정준민 교수는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증세가 가벼우면 약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호전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