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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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정부, 기후 운동가에 ‘사회 불안 조장’ 혐의로 징역형 선고

캄보디아가 기후 운동가 10명에게 최대 6년의 징역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고 설명했지만, 캄보디아를 28년간 철권통치한 독재자 훈센 전 총리의 집권 이후 기후 운동가들에 대한 공격이 극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캄보디아에서 기후 캠페인을 벌인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 활동가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정부 대변인은 CNN에 “정부는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조처를 한 적이 없다”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서만 조처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설립한 청년 주도의 글로벌 기후 운동 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성명을 내고 “대자연 캄보디아 친구들과 모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추방된 야당 지도자 무 소추아는 “(캄보디아 환경 단체가) 환경문제를 강조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들은 자유 국가라면 영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캄보디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지만 불법 벌목과 농업 확장을 위한 산림 벌채 등으로 수질 오염, 플라스틱 폐기물 급증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약 46%의 산림 면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2300종의 식물과 14종의 멸종 위기 동물이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자연이 발달해 있다. USIAD는 웹사이트에 “삼림 벌채와 야생동물 범죄는 캄보디아의 산림과 생물 다양성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캄보디아의 환경 파괴를 지적하기도 했다.

훈센(왼쪽), 훈마넷.

일각에선 캄보디아를 28년간 철권통치하고 장남인 훈마넷에게 권력을 이양한 독재자 훈센 전 총리의 집권 후 기후 운동가들에 대한 공격이 더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캄보디아 현지 활동가들과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를 공동 설립한 스페인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데이비슨은 “다른 나라의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도 점점 더 탄압받고 있다”며 “벌목, 밀렵, 광물 채굴, 호수를 육지로 바꾸고 강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양의 모래를 수출하는 것이 지금의 캄보디아다”라고 비판했다.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는 환경 파괴 반대 캠페인을 벌이며 캄보디아 정부의 광물 자원 관리 부패를 폭로한 바 있다. 단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능숙하게 활용해 캄보디아 청년층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단체는 제2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는데, 심사위원단은 “마더 네이처 캄보디아가 정권의 탄압에 맞서 환경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젊은 활동가 모임“이라며 “캄보디아의 환경 보존과 민주주의를 위한 강력한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