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고 돌아 ‘국내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022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선수단 내분 논란 등 한국 축구의 위상을 추락시켰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이후 5개월 만에 명예 회복을 이끌 정식 사령탑이 정해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사령탑을 맡아 실패를 겪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0년 만에 돌아왔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축구협회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이사 주재로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초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다. 2026년 6월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경우 중간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대표팀은 5개월 만에 새로운 정식 사령탑을 맞이한다. 홍 감독의 선임은 그 과정이 매우 험난했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한 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고, 이후 5개월 동안 사령탑을 물색했다.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신임 감독을 찾았으나, 번번이 불발됐다. 결국 3월과 6월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일정은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을 연이어 임시 사령탑으로 앉혀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황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겸업을 하다가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이후 전력강화위는 외국인 사령탑 선임에 방점을 두고 후보군을 골랐다. 그동안 살펴본 외국인 후보군만 100명 안팎에 달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지난달 돌연 직을 던지면서 사령탑 찾기는 안갯속에 빠졌다. 정 위원장은 협회 수뇌부와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감독 선임 작업을 이어간 이 기술이사가 거스 포예트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등 외국인 지도자들과 심층 면담을 위해 지난 2일 유럽으로 떠났으나, 축구협회는 신임 대표팀 지휘봉을 홍 감독에게 맡기는 결론을 내렸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이사가 5일 홍 감독을 만나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이 이사는 ‘삼고초려’하듯이 홍 감독을 설득했다”면서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한 뒤 홍 감독이 6일 제안을 승낙했다. 면담을 진행했던 외국인 감독과 비교해 홍 감독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직후부터 새 사령탑 후보로 언급된 홍 감독은 줄곧 울산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해왔다. 정 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도 명확히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레전드’ 홍 감독은 두 번째 대표팀 사령탑 도전이다. 홍 감독은 2013년 6월 최강희 전 감독 후임으로 임명된 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 국내파 감독 중 주가가 한창 높던 시기였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을 약 1년 앞두고 급하게 지휘봉을 떠맡은 홍 감독은 1무2패로 승리 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자진해서 사퇴했다. 아쉽게 첫 대표팀 임기를 마친 홍 감독은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 감독과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2021년부터 울산에 부임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022∼2023년 K리그1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홍 감독은 2022년과 2023년 K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홍 감독의 대표팀 감독 부임으로 3연패에 도전하던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2024시즌 중에 사령탑을 잃게 됐다. 울산은 승점 39를 쌓아 김천(승점 40)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이제 홍명보 체제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북중미 월드컵 3차 최종 예선은 9월부터 시작한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B조에서 경쟁한다. 9월5일 팔레스타인과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