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 ‘미스터리’ 한우 가격

한우 도매가격이 3년 새 36% 폭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한우(1+등급) 도매가격은 ㎏당 1만5378원이다. 2021년 2만4165원과 비교하면 36.3% 급락했다. 급기야 지난 3일엔 한우 농업인 1만2000여명이 “소 한 마리를 팔 때마다 230만원 손해를 본다”고 서울 여의도로 몰려들었다. 12년 만에 이뤄진 한우 농가의 거리 시위다.

하지만 일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인하 폭이 미미해 한우는 여전히 ‘비싼’ 음식이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한우 도·소매가격 간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업계는 소비자 가격의 48%에 이르는 유통비용을 꼽는다. 한우는 농가부터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총 6~8단계를 거친다. 도축·가공 등을 통해 단계별로 마진이 붙는 데다 그 과정에서 인건비·물류비·유류비 등이 포함된다. 도매가가 내려가더라도 하락분만큼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다. 더구나 한우는 ‘사치재’ 성격이 강하다. 가격이 높을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난다. 정육점이나 식당들이 곧바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지금 한우의 ‘과잉공급’은 위험 수준이다. 통상 축산업계는 한우 적정 사육두수를 300만마리로 본다. 2019년부터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고가 나왔지만 그해 307만8000마리로 300만마리를 넘어선 데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357만7000마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4월 문재인정부가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재난지원금 12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가정 수요가 늘자 사육두수가 덩달아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무산된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 재추진을 공언했다. 정부는 한우만을 대상으로 한 법은 ‘한돈법’ ‘양계법’ 등 축종별 법안 난립을 초래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한정된 예산안에서 축종별 예산 다툼이 커져 행정 비효율도 우려된다. 기존 축산법 개정을 통해 지원책을 모색하는 게 옳다. 유통구조 개선과 한우 도·소매 가격 연동제 제도화 등도 시급하다. 물론 농가들도 자발적 사육두수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