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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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때아닌 ‘김 여사 문자’ 논란… 제2 연판장 사태 반복할 텐가

韓 후보 사퇴 요구 움직임까지
김 여사 사과, 지금이라도 해야
후보들, 미래비전으로 경쟁하길

7·23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서 ‘배신자’ 공방에 이어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 여사한테서 ‘명품백 수수’ 사과 의사와 관련한 문자를 받고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다.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제대로 대응만 했더라면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맹폭하고 나섰다. 집권여당이 4·10총선 패배를 딛고 쇄신하기 위한 전당대회에서 허구한 날 네 탓 공방에 자중지란만 벌이고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번 논란은 지난 4일 한 언론인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김 여사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빚어졌다. 김 여사가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는 문자를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당 비대위원장이 대통령 부인과 사적인 방식으로 그런 것을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김 여사 문자는 사과를 하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인 것으로 기억난다”고 했다. 문자 전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두 사람만 캡처 가능한 문자를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공개한 건 누가 봐도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여사가 진정으로 명품백 수사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 그만인 일이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 초선의원 53명이 나경원 후보의 대표 경선 불출마를 요구한 ‘연판장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공교롭게 김 여사 문자를 주고받던 무렵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에도 한 후보는 ‘윤심’ 논란에 이어 ‘배신자’ 공격을 받고 있다. 김종혁 고양시 병 당협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 동참을 묻는 전화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실제 ‘제2 연판장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10총선 민의를 얻겠다며 비대위까지 구성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도 ‘배신자’ ‘문자공방’ 등으로 날을 지새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런 이전투구 속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과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다운 최소한의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