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라, 물러나라.”
지난 4일 ‘해병대원 특검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안 표결을 진행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외친 말이다. 우 의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22대 국회 출범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이미 우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지난달 11일에 발의했다.
지난 2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 의장의 집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정성국 원내부대표는 “여야가 상호 존중하는 국회 관례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되고 모든 관례가 깨지고 국회 협치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싶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장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데, 국가 서열 8위를 지키기 위해 방탄하는 모습”이라며 “4년 동안 계속 이 모습으로 국회를 운영하려면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런 사퇴 촉구(권고)결의안 발의와 의장을 향한 사퇴 공세는 기시감이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은 총 17회 발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적어도 국회마다 1회 이상 사퇴 촉구 결의안이 제출된 셈이다. 국회의장이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다. 국회의장은 국가의전서열 2위에 해당하지만 늘 정치적 쟁점의 중심에 서 있어 논란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사퇴 촉구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국회의장의 편파적인 의사진행으로 인한 중립의무 위반과 헌정질서 훼손이다. 국회의장 자신이 속했던 정당에 유리하게 의사 진행을 했다는 지적이다. 우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에도 상임위원장 선거 안건 상정과 관련해 “편파적인 의사진행과 의사일정 작성으로 중립의무를 어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런 사퇴 촉구 결의안이 국회의장 사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13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국회의장 사임안은 총 2건 가결됐다. 14대 박준규 의장은 사퇴 촉구 결의안과 관계없이 사임했다. 박 의장은 1993년 김영삼정부의 재산공개 파동 당시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에 휩싸인 지 이틀 만에 의장직에서 내려왔다. 18대 박희태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있었던 돈봉투 살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박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탄핵의 대상이 아니다. 우 의장에 대한 여당의 비토정서가 임기 초반부터 강하다. 그렇지만 우 의장 역시 심각한 법 위반사항이나 개인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의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