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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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판장 논란’ 번진 김건희 여사 문자… 국힘 전대 앞두고 연일 난타전

친윤·비한계 일각서 집단 행동
한 후보 사퇴 촉구 압박 움직임
‘제2의 연판장’ 사태 재연 조짐
한 “구태 극복할 것” 정면 대응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응답하지 않은 사실이 ‘진실게임’ 양상을 거쳐 ‘해당행위’,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졌다. 친윤(친윤석열)·비한(비한동훈)계 일각에서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졌던 ‘연판장 사태’ 재연 조짐까지 보였다. 당 쇄신을 이끌 차기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진영·계파 간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되며 집권여당이 아직도 총선 참패에서 교훈을 못 얻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후보는 7일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며 “제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왼쪽)와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 뉴시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니라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7일) 오후 사퇴 요구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종혁 원외 당협위원장단 대표는 당 선관위원과 최고위원 후보를 포함한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전날 한 후보 사퇴 촉구 회견 동참을 압박하는 연락을 돌린 사실을 공개하며 “도대체 누구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느냐. 당원과 국민이 두렵지도 않은 거냐”고 비판했다.

 

한 후보 축출 움직임은 원외 인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편 가르기를 하느냐. 제발 그러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며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8∼11일) 한 후보를 해당행위로 당 윤리위원회에 올려 당원권 정지 및 후보 자격 박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제2 연판장’·‘제2 이준석’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여사가 1월19일 한 후보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 여부를 논의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 후보가 답하지 않아 김 여사가 모욕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4일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한 후보 측은 “실제로는 사과가 어렵다는 취지인 문자 내용이 ‘재구성’됐다”고 반박했다.

 

6일에는 한 후보가 이번 논란에 대해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개입이나 당무개입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해 친윤·비한계를 자극했다. 당권 경쟁자인 원희룡 후보는 7일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한 후보를 비난했다. 지난해 연판장 사태의 피해자인 나경원 후보는 “한쪽은 피해자 코스프레, 한쪽은 우격다짐하는 게 문제”라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는 사과하고 원 후보도 자제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이런 구태가 반복되면 4년 뒤에 또 진다”며 “반성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이긴커녕 이런 걸로 싸우니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태영·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