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할 준비를 했으나 여당의 시간 끌기로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았다며 다음에 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8일 MBC라디오에서 ‘여당 원내지도부가 이준석 의원 발언권을 막기 위해 최대한 길게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좀 돌긴 했다”며 “여당 의원들이 제가 과거에 대표 했을 때는 하라고 해도 한두 시간 이상 잘 안 했는데, 예상 시간을 아예 한 4시간씩 잡아서 돌리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웬일이지. 와서 노래라도 부르려나, 성경책이라도 읽으려나 생각했는데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판결문 등) 160쪽인가 인쇄해서 갔다는 걸 듣고 ‘길게 하려고 작정했구나’ (싶었다)”며 “그 앞에 (박준태) 의원은 거의 밤새도록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될 때까지 했다. 작전은 걸렸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3·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번 발언대에 나오면 장시간 채 상병 특검법 반대 토론을 하는 바람에 8번째 순번이었던 이 의원까지는 발언 기회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세계일보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이 의원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으려고 자당 의원들에게 최대한 발언을 길게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애초 나경원(3번)·송석준(7번) 의원을 앞순번에 배치했으나, 이 의원이 발언대에 오르면 윤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이 예상돼 주진우(3번)·박준태(5번)·곽규택(7번) 의원 등 초선들로 순서를 조정해 ‘시간 끌기’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에 챗GPT를 유료 결제했다”며 “저도 필리버스터를 길게 하면서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비판해 보려고,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려서 무슨 내용이 있나 한번 살펴봤다”고 했다. 챗GPT에 ‘삼강오륜에 근거해 윤석열 대통령을 2시간 동안 비판하라’,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비판하라’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군신유의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답을 내놔 참고가 되더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번에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방송4법 등을 두고 국민의힘이 다시 필리버스터 전략을 쓴다면 “또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신청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서 신청해 보겠다”며 “그런데 회기 끝까지 갈 테니 꽤 길어야 될 거다. 국민의힘 의원 한 명마다 10시간은 하셔야 제가 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