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 돌려막기, 비극적 선택의 결말은 실패다.”
K리그1 3연패를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가 사령탑을 시즌 도중 잃었다. 리그 2회 연속 우승을 이끈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으면서다. 5개월간 외국인 지도자를 수소문하다 결국 국내파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울산 팬들도 분노를 쏟아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명을 내고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축구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처용전사는 “대한축구협회의 이런 비극적 선택의 결말은 실패임이 자명할 사실”이라며 “역설적 결과를 거둔다 해도 그건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 희생의 대가”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는 전날 홍 감독이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감독 최종 선임 작업을 이어 온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브리핑을 열고 홍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이사는 지난 5일 오후 11시 홍 감독의 자택 앞에서 삼고초려 끝에 홍 감독의 결심을 받아냈다.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다. 전술 강화를 위해 유럽 출신의 코치도 2명이 보좌하기로 했고, 연봉도 외국인 지도자 수준으로 크게 올려 협상이 이뤄졌다.
이 이사는 이날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근거로 △빌드업 등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계성 △지도자로서 성과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 부족 △외국인 감독 국내 체류 시간 확보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는 이날 “시즌 중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K리그와 울산 팬들께는 시즌 중 클럽을 떠나게 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조만간 울산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A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한국은 9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