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심모씨는 신발장 앞에서 고민이 부쩍 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크록스나 장화를 신고 싶지만, 장시간 착용 시 발 건강을 해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심씨는 “비가 올 때면 발을 젖지 않게 하거나 젖더라도 금방 마를 수 있도록 장화와 크록스를 즐겨 신었다”면서 “하지만 오래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날이면 발바닥이 아파서 발 건강에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인 7월 들어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폭우가 내리는 날엔 우산도 무용지물이다. 많은 강수량과 강풍으로 바지는 흠뻑 젖기 십상이다. 이를 대비해 최근 몇 년간 크록스와 레인부츠 등 고무로 만들어진 신발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장마철 신발이 발과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센터에 따르면 레인부츠와 크록스 등 장마철 자주 신는 신발은 무게나 형태로 인해 발과 척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레인부츠는 오래 신을 경우 무게와 밑창의 딱딱함으로 인해 발바닥과 발목, 무릎, 종아리, 골반, 허리 등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고무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레인부츠는 일반 신발에 비해 무겁다. 그러므로 보행 시 뒤꿈치를 끌거나 불안정한 모습으로 걷게 되기 쉽다.
밑창이 딱딱한 레인부츠를 신고 걸을 땐 발꿈치,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지면을 밟게 되면서 압력이 분산되는 정상보행을 하지 못하고 발바닥 전체로 한 번에 걷게 돼 발바닥에 무리를 주기 쉽다. 이러한 걸음걸이는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이 발뒤꿈치에 그대로 가해지게 해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크록스 등 슬리퍼 형태의 샌들은 발목에 무리를 준다. 슬리퍼 형태의 샌들은 뒤꿈치를 고정해 주는 방치가 없어 발전체를 고정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이 샌들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피하려다 보면 정상적인 보행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
해외 전문의들도 같은 의견이다. 골 관절 전문가 메간 리히 박사는 미 온라인매체 허프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크록스는 뒤꿈치를 제대로 못 잡아준다”며 “뒤꿈치가 불안하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발가락이나 발 모양이 이상해질 수 있고 힘줄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의료원 발 건강 전문의 알렉스 코르 박사도 “뒤꿈치와 발아치 부분이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사람 상당수는 크록스를 신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잘 휘어지는 신발일수록 발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크록스는 잘 휘어지는 신발의 대명사”라며 “크록스를 하루 10시간 넘게 신는 것은 추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름철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레인부츠는 무좀까지 유발할 수 있다. 땀과 습기가 쉽게 차는 신발을 오래 신으면 무좀 발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가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 등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피부병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김대현 교수는 “장마로 젖은 레인부츠는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돼 마른 수건으로 닦아 말리고 신발 안에 제습제를 넣어 보관하는 등 습기 제거에 신경써야 한다”며 “레인부츠를 착용할 때 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양말을 신거나 실내에서는 통풍이 잘 되는 신발을 신는 것이 발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무좀에 걸리면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고 각질이 벗겨지기도 한다. 피부의 특정 세균들이 땀 속 류신을 분해할 때 만드는 이소발레릭산이라는 악취를 동반한 물질로 인해 심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무좀이 의심되면 각질 도말 검사(KOH 검사)로 곰팡이 여부를 확인하고, 항진균제를 바르며 치료하게 된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쉽게 재발한다.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4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무좀은 재발이 쉬운 질환이라 완치 후에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고 물기를 완벽히 건조해야 하며 전염력이 있어 타인과 수건, 양말 등을 공유하지 않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써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