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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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도 소득별 대출 양극화 [경제 레이더]

1분기 자영업자의 대출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가운데 소득 수준별로 대출 양극화도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소득 하위 30%의 대출 잔액은 13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1% 증가한 수치다.

서울 시내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에 비해 소득 상위 30%의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723조6000억원에서 726조1000억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대출 양극화는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소득이 크게 줄어든 자영업자는 빚을 내 연명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1% 늘었다.

소득별 자영업자의 대출 추이를 살펴보면 하위 30%인 저소득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말 8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 급증했다. 이어 2021년 17.2%, 2022년 18.1%, 2023년 6.1%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위 30%인 고소득층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5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14.5% 늘어났다. 2021년에는 12.2%, 2022년 10.6%에 이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한 지난해에는 1.7%로 급격히 둔화됐다. 팬데믹 당시 대거 늘었던 대출이 엔데믹과 함께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고소득·저소득 자영업자 간 증가율 격차는 점차 확대되는 형국이다.

더불어 최근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보다 금리 부담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심사가 깐깐한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결과다. 올해 1분기 말 대부업을 포함한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419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 잔액 증가율(1.6%)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차 의원은 “정부의 자영업자 종합대책은 금융 지원 위주”라며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