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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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 상병’ 前 사단장 불송치, 공수처도 ‘외압’ 수사 속도 내라

경찰 “무혐의”, 심의위 결론 일치
대구지검의 보완 수사 지켜봐야
‘VIP 격노설’ 등 의혹 철저 규명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뉴스1

경북경찰청이 어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고인이 속했던 해병 1사단 사단장을 지낸 임성근 소장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경찰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한 결과다. 경찰에서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대구지검의 보완 수사가 예정된 만큼 섣불리 이러쿵저러쿵하기보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아울러 해병대가 채 상병 사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속도를 내길 촉구한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로 실종된 주민을 찾는 대민지원 작전에 투입됐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채 상병 순직이 상부의 무리한 수색 지시 탓인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여단장과 대대장 등 간부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면서 임 소장은 제외했다. 당시 수색 현장에 파견된 해병 여단은 육군의 지휘를 받았던 만큼 임 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경찰 외부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의 결론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단장 봐주기’ 운운하며 경찰 수사를 폄훼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추가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는 게 옳다.

 

경찰 수사는 채 상병 순직 이후 해병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과정에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와는 무관하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현재 공수처가 맡아 수사 중이다. 이번에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본 임 소장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 쏠린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감안할 때 진실을 규명해야 할 공수처의 책임이 한층 더 막중해진 셈이다. 공수처는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채 상병 사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VIP 격노설’ 등 각종 의혹의 진실을 신속히 밝혀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길 바란다.

 

이달 초 거대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켜 정부로 보냈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만 행사하도록 한 점 등을 들어 재차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특검법안 발의와 가결, 그리고 대통령의 거부에 따른 폐기가 되풀이되는 상황을 계속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중립적인 특검법안 마련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