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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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폭염 밤엔 폭우… '도깨비 장마' 최대 120㎜ 쏟아진다

하루 수차례 돌발성 호우주의보

장마전선 이동 속도 빠른 편
특정지역 많은비 뿌릴 가능성
“낮에 찜통더위, 밤에 폭우 반복”

옥천서 실종 50대 숨진 채 발견
충남 보령 등 주민 251명 대피
尹대통령 “장마 피해 대비 철저”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정체되면서 8일부터 10일까지 최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올여름 장마는 하루에도 수차례 돌발성 호우가 내리고, 낮에는 찌는 듯 덥다가 밤에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기습 폭우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장마 정체전선은 중부지방에 형성돼 있는데, 10일 오전까지 이 정체전선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저기압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기압 이동 속도가 빠른 만큼 8∼10일 사이 강수 집중 구역도 자주 바뀌며 특정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9∼10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강원내륙·산지, 대전·세종·충남, 충북, 광주·전남, 전북,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30∼80㎜(많은 곳 경기남부, 강원남부내륙과 중·남부 산지, 경북북부 등 120㎜ 이상), 강원 동해안 20∼60㎜, 서해5도, 울릉도·독도 10∼40㎜, 제주도 5∼40㎜다. 전라권은 9일 새벽, 충청권과 경상권은 새벽부터 아침 사이 시간당 20∼30㎜, 수도권은 9일 밤부터 10일 아침까지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광주지역에 폭우가 내린 8일 서구 무진대로에서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 속에서도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최고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오르는 무더위가 예고됐다.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최고체감온도가 31도 내외로 오를 전망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폭우와 폭염이 공존하며 불쾌지수가 치솟을 전망이다.

 

올여름 장마가 유독 변덕스러운 것은 정체전선에 불규칙한 저기압이 자주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올해 중국 쪽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정체전선과 겹치는 현상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저기압이 정체전선을 끌어올리면서 폭우가 발생하고 이후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폭염이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날 충청과 경북지역에서는 비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43분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한 주택에서 절개지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배수로를 확인하러 나갔던 57세 남성이 119구조대의 11시간가량의 수색작업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비에 주택가 인근의 옹벽이 무너지거나 산사태 경보 등이 내려지면서 대피한 주민들도 있다. 옹벽이 붕괴된 충남 천안시 목천읍 주민 3명과 산사태 우려가 있는 충남 보령시 청라면, 충남 논산시 연산면 등 133세대 251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경북 안동시에선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주민 19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안동 남후면과 영양군 입안면 등에서도 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대전에선 중구 중촌동, 서구 가수원동의 하상도로(하천 위에 설치된 도로) 2곳이 침수됐다. 해당 도로를 지나던 트럭과 승용차가 시동이 꺼지면서 멈춰 섰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해 구조했다. 이날 경북 영양군에는 오전 1시3분부터 3시간 동안 113㎜의 비가 쏟아졌고, 안동시에는 103㎜가 내리면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수도권 지역 외에 호우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된 것은 처음이다.

고립 주민 구조 8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밤 사이 내린 비로 고립돼 있던 마을 주민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충북 옥천군 한 주택에서 절개지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배수로를 확인하러 나갔다가 매몰된 57세 남성이 11시간가량의 119구조대 수색 작업 끝에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광주지역에 폭우가 내린 8일 광주천 징검다리가 세차게 흐르는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CBS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인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일 때 발송된다. 다른 재난문자와 달리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해 발송되기 때문에, 위험 상황이 발생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만 경고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상청은 앞서 6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4개월 동안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정식 운영하며 대구, 광주, 경북, 전남으로 시범 운영 지역을 확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북 등에서 발생한 호우 대처 상황을 보고받고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전했다.


이예림·이보람·조병욱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