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시에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 도쿄도의회 9곳 보궐선거가 일본 여·야당 모두에 큰 과제를 남겼다. 도쿄도지사 선거 승리를 정권교체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전략은 오판이었음이 드러났고, 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은 파벌 비자금 조성 파문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291만여표(득표율 42.8%)를 얻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고이케 지사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렌호(蓮舫) 전 의원은 128만여표(〃 18.8%)를 얻어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 시장(165만여표, 24.3%)에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자당 소속이었던 렌호 전 의원을 지원한 입헌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 이긴 터라 도쿄도지사 선거도 승리해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핵심 전략은 고이케 지사와 그를 실질적으로 지원한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자금 문제로 확산된 정권 비판여론은 중앙정치와 인연이 많지 않은 이시마루 전 시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게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공산당과 손을 잡고 선거를 치른 것이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공산당과의 연대가 무당파층의 지지를 멀어지게 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도지사선거 결과에 따라 입헌민주당 내에서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도지사 선거 결과에서는 안도했지만 결원이 생긴 9곳에서 치러진 도의회 보궐 선거 결과가 뼈아프다. 결원 발생 전 자민당은 5석이었고 고이케 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와 무소속이 각각 2석이었다. 자민당은 8곳에 후보를 내 4석 이상 가져온다는 걸 목표로 했지만 2곳에서만 이겼다. 특히 이타바시구, 시나가와구, 하치오지시 등 6곳에서 자민당 후보와 입헌민주당 또는 공산당 후보가 싸우는 여야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차기 중의원 선거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도의회선거가 도지사선거보다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무당파층이 많은 도쿄에서의 선거는 총선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선행지표가 된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지금 중의원 선거를 하면 참패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당 직무 정지 징계를 받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정무조사회장의 지역구인 하치오지시에서의 패배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 소장파 의원은 “하기우다 전 정조회장은 비자금 문제의 상징”이라며 “하치오지의 참패는 2패의 충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도의회 보궐선거의 참패로 기시다 총리의 9월 당총재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중견 의원은 아사히에 “이대로는 나도 다음에 낙선이라는 엄중한 목소리를 매일 듣고 있다”며 “당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