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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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軍 “인질 희생해서라도 군인 납치 차단” 지침 논란

이스라엘 매체, 군 내부 보고서 보도
군인 납치 땐 무력사용 ‘한니발 지침’
하마스 공격 시작된 2023년 10월 내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7일, 인질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군인 납치를 막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민간인까지 희생될 수 있는 ‘광범위한’ 공격을 단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동부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의 피난 명령에 따라 대피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군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공격 초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군사 정책인 ‘한니발 프로토콜(지침)’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한니발 프로토콜은 군인이 납치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스라엘군 지침이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한니발 프로토콜은 2014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발동됐고 2016년 폐지됐다. 하레츠는 군 내부에서도 한니발 프로토콜에 대한 해석이 갈려 이스라엘 감사원이 프로토콜 폐지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습 침입이 이뤄진 지 약 5시간 뒤인 오전 11시22분쯤, 이스라엘 가자지구 사단에서 “단 한 대의 (하마스) 차량도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령이 내려왔다.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가자지구로 인질과 군인을 납치하려는 하마스를 막으라는 뜻이었다. 한 소식통은 하레츠에 “그 당시 (하마스가) 납치된 민간인이나 군인을 태우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어떤 차량도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레츠는 해당 명령으로 “(군인과 민간인) 상당수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노출돼 위험에 처해 있었다”며 정확한 피해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하레츠에 지난해 10월7일 한니발 프로토콜이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조사를 통해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전후 사정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